[인터뷰] 박서준 "내년 생일에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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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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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패션 매거진 모스트 부편집장 지성준 역을 열연한 배우 박서준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톱스타들은 아주 자주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돼 있더라”라는 말을 한다. KBS2 ‘꽃보다 남자’(2009)로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이민호가 그랬고, SBS ‘시크릿 가든’(2011)에서 게이인 천재 뮤지션으로 강렬하게 눈도장을 찍은 이종석이 그랬으며, KBS2 ‘학교 2013’(2013)에서 전설의 일짱 유급생으로 주연보다 더 굵직한 존재감을 뽐낸 김우빈이 그랬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벼락스타가 된 20대 톱 남자 배우 사이에서 박서준은 길을 달리한다. ‘연기가 정말 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연기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게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지난 11일 종영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로 28세 여름에 첫 주연을 맡았으니 꼬박 11년이 걸렸다. “11년 만에 주연배우가 됐다”고 했더니 박서준은 “‘그녀는 예뻤다’는 내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차근차근 밟아왔으니 이제 주인공으로 극을 끌고 나가보고 싶었어요. 정말 잠깐 나오는 단역으로 시작해 이런저런 역할을 맡으면서 경험을 쌓은 지금이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간은 과정이고 경험이었다면 이제는 진짜 시작이고 출발이죠. 그래서 신중하게 선택한 작품입니다. 주연이라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단독 주연도 아닌 데다, (황)정음 누나와도 MBC ‘킬미, 힐미’ 이후 두 번째라 편하게 호흡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오래 기다려온 시작이니 유난스러운 캐릭터를 선택할 만도 했다. 데뷔 전 갈고 닦은 화려한 액션을 펼쳐내거나, SBS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매형과 불륜 관계인 여자의 여동생을 사랑하게 된 비운의 남자를 맡아 증명해 보인 눈물 연기로 오랜 세월 뭉근하게 끓여온 실력을 단박에 폭발시킬 수 있는 그런 역할들 말이다. 하지만 박서준은 그러지 않았다. 뽀글머리에 검은 피부, 도장처럼 선명한 홍조를 띈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황정음과 한국의 짐 캐리가 되기로 작정한 듯 얼굴 근육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날려대는 최시원 사이에서 묵묵히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내 역할이 제일 밋밋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 안 한 것은 아니에요. 솔직하게 말하면 고민도 많이 했죠. 근데 여러 작품의 대본을 보다 보면 주인공이 밋밋한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화면에서 돋보이는 건 주인공보다는 오히려 감초 역할이죠. 그렇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선은 주인공에게 나오는 거잖아요? 그것만으로 충분히 내가 보여줄 게 많고 내가 도전할 만큼 힘들겠다 싶었어요. 고민도 많았지만 하고 나니 하길 잘했다 싶고, 경험해보니 잘했다 싶어요. 많이 배웠습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패션 매거진 모스트 부편집장 지성준 역을 열연한 배우 박서준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오래 기다려 온 시작, 깊게 고민해 선택한 작품이니 뚜렷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로코킹이라는 수식어를 굳히고 싶다던가, 주연 배우로서의 성장 같은 것들 말이다. “아니요”라는 명확한 답변이 빠르게 돌아왔다.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보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수는 노래로 말하고, 운동선수는 실력으로 말하는 것처럼 연기자는 연기로 말해야죠. 어디 나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상품을 파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저한테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아봐 주지 않을까요? 나에게 들어온 역할, 그전에는 오디션을 보고 따낸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또 다른 기회가 되고, 필모그라피가 됐어요. 하나하나씩 쌓여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껏 그래 왔듯이 뭔가 보여주려고 욕심내지 않았어요. 제가 부린 유일한 욕심이라고는 힘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작품을 잘 해내는 것이었죠.”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로 드라마 두편, ‘뷰티 인사이드’ ‘악의 연대기’로 영화 두편…“박서준의 2015년은 정신없었겠다”고 물으니 “지난해에도 그랬고 지지난해에도 그랬다”며 별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차 한잔을 사이에 두고 만난 박서준은 유난 떠는 법이 없었다. 삼 형제 중에 맏이인 그는 수려한 언변으로 자신을 치장하거나 나긋한 말투로 친절을 떨지 않았다. 그의 말은 뭉툭하고 느리고 가끔 끝이 흐렸다. 제 생각에 적확한 표현을 찾기 위해 자주 오래 고민하면서 속내를 밖으로 꺼냈다.

“2015년도 이제 한달 반 남았네요. 금방 지나가겠죠. 늘상 하던 운동도 하고 한해를 정리하기도 하면서요. 어쨌든 당장 작품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당장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힘들거든요. 요즘은 막상 자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잠을 아예 못 자서 생체 리듬이 완전히 깨진 것 같아요. 올해나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비슷해요. 계속 정신없이 보내고 있어요. 그래도 이번에는 좋은 사람들 만나면서 보내고 싶내요. 이제 지성준을 비워내야죠. 비워낸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아요. 아주 중요한 과정이죠. 좋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다 보면 자연스레 비워지겠죠.”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패션 매거진 모스트 부편집장 지성준 역을 열연한 배우 박서준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16일이 생일이다”라고 했더니 새삼 깨달은 듯이 “아, 그러네요”라고 말했다. 당연히 특별한 계획은 없단다.

“생일이라고 특별할 게 있나요. 특별하게 보내는 하루는 저에게 너무 어색해요. 생일뿐 아니라 기념일이든 뭐든요. 남들 축하해주는 거는 오히려 편한데…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처럼 파티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저에게 너무 곤혹이에요. 뭐가 기뻐서 모인지도 모르겠고, 사교모임이라는데 처음 보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너무 어렵고 쑥스러워요. 생일은 저에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날이에요.”

그간 27번의 생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졌다. “데뷔하고서는 생일마다 현장에 있었고. 그전에는 군대에 있었고. 그전에는 대학교에서 연말 공연을 했다. 또 그전인 중고등학생 때는 기말고사 중간 날”이었단다.

그런 그에게 내년 생일은 특별하다. 20대 마지막 생일이기 때문이다. 그때만큼은 특별히 보내고 싶다고 고백했다. 목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꺼낸 말이다.

“목표요? 지금은 목표를 말할 단계가 아니에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제 시작이니까요. 그전까지는 목표가 있었죠. 아주 예전에는 데뷔하는 게 목표였고, 그다음에는 다음 작품 오디션에 붙는 게 목표였고,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큰 역할을 맡는 게 목표였고, 이 직전에는 주연으로 작품을 하는 게 목표였고요.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에요. 잘 쌓아나가야겠죠. 행여 연기력 논란이든 낮은 시청률이든 실패를 맛보더라도 그것 역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다음 목표를 잡아야죠. 다음번에 인터뷰할 때는 자신 있게 목표를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목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니까요.…(침묵)…지금 말하면서 목표가 생겼어요. 20대를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20대는 한 번뿐이니까요. 내년까지 딱 20대거든요. 내년 이맘때는 정말 생각이 많을 것 같아요. 물론, 데뷔 후 매번 그랬듯이 현장에서 정신없이 일하다가 훅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는 보다는 반드시, 꼭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자를 꿈꿨고, 그 일로 20대를 보내고 이제 30대를 맞는 거잖아요. 내가 맞게 가고 있는지 꼭 돌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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