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경의 머니마니]크라우드 펀딩과 폰지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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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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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경 FM파트너스 대표]

"40일간 맡기면 원금의 50%, 90일 동안 맡기면 100%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신문 광고를 믿는 사람이 있을까? 1920년 미국에서는 무려 1만7000명이 이러한 광고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엄청난 돈을 날리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주인공은 찰스 폰지라는 이탈리아인으로 신규 투자자의 돈을 수익이라고 속여 나눠주는 수법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키며 엄청난 자금을 끌어 모았다. 그는 투자 전문가가 아닌 돌려막기의 달인을 꿈꾸던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 보면 한국인들은 유독 폰지 사기와 같은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던 것 같다. '계'라는 사적인 금융모임이 흔했는데 이런 계모임을 통해 자금도 융통하고 목돈도 모으며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 보니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돈이 모이는 곳에는 여지없이 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상당한 신뢰와 권위로 계를 이끌던 계주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던가 개인적으로 돈을 유용해 계모임이 깨지고 경찰서를 오고가는 안 좋은 결말로 끝을 맺는 경우도 발생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도 찰스 폰지처럼 달콤한 말로 투자자를 유인해 돌려막기를 하다 들통나는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돈이 모이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폰지 사기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눈덩이처럼 커진 돈이 내 손아귀에 들어오면 딴마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돈은 반드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집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엄중한 잣대로 처벌 받는 것이 마땅하다. 법에서 허용한 테두리는 결국 힘없고 무지한 투자자들은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곳에는 투자하지 마라"는 투자 격언이 있다. 하지만 이 격언을 충실히 따르자면 세상에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공부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지는 것이 투자의 세계이다. 그렇다고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 예·적금이나 하기에는 놓치는 기회 비용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뭐 좋은 게 없나 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게 만드는 것이 초저금리 시대이다. 시대가 이렇다 보니 달콤한 감언이설에 속아 폰지 사기를 당하는 위험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한 밴처투자회사의 대표가 '유사수신행위규제에 관한 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회사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는 무려 3만명에 달하고 금액은 7000억원에 육박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한국판 폰지사기인가? 비록 현재는 불법이고 금융 피라미드이고 폰지 사기일 수도 있지만 만약 크라우드 펀딩법 등과 같은 제도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면 선진금융회사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많이 늦었지만 크라우드펀딩법이 내년부터 시행되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초저금리와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많은 선진금융기법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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