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서울] '한국 격투기 간판' 김동현이 보여준 쇼맨십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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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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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선수가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UFC서울 선수 공개 훈련'에 참석해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김동현이 ‘UFC서울’대회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가운데, 그가 보여준 쇼맨십에서 팬들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김동현(34)은 지난 28일 서울 둔촌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SEOUL: 헨더슨 vs 마스비달​' 웰터급 경기에서 도미닉 워터스(26·미국)에 1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경기는 웰터급 랭킹 7위와 81위의 대결답게 싱겁게 끝이 났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바닥 짚고 발차기를 시도한 김동현은 워터스에게 백을 잡히기도 했지만 이내 풀어냈고, 바로 유도식 테이크 다운으로 상대를 넘겨 상위 포지션을 장악했다. 이후 사이드 마운트를 장악한 김동현은 크루시픽스로 상대 양팔을 제압하고 안면에 파운딩을 퍼부었고, 워터스가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자 심판은 경기를 끝냈다. 김동현의 1라운드 3분11초 TKO승.

사실 이번 대회 김동현은 자신에 실력이나 명성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김동현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한국 무대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의 나이 벌써 34살이다. 은퇴 전 챔피언에 도전하려면 부지런히 상위 랭커들과 싸워도 모자를 시간이다. 원래 상대 조지 마스비달을 벤 헨더슨에게 뺐기고 UFC에 갓 데뷔한 신인과 싸우는 일은 어쩌면 기분이 상할 만도 하다.

하지만 김동현은 팬들을 생각했다. 한국 선수들 중 유일하게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시도한 화려한 발차기도 팬서비스의 일환이었다. 김동현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라서 한번 시도해봤다”고 밝혔다. 발차기 팬 서비스는 일종의 모험이다. 랭킹 차이가 많이 나는 압도적인 매치라도 경기 중 그런 무모한 발차기를 시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UFC 정도 되는 단체에 출전할 선수라면 누구든 ‘한방’을 갖추고 있고, 패하면 잃을 게 많은 김동현의 입장에서 팬이 아니면 그런 무모한 짓을 할 이유가 없다.

그는 경기 후 장내 인터뷰에서 “상대가 바뀌는 건 자주 있는 일이고, UFC 선수의 탓이 아니니라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다가 다쳐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대진이 바뀌고 약한 선수와 붙어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성숙한 모습도 보였다. 또 “서울에서 타이틀 매치를 치르고 싶다”며 홈팬들을 배려하기도 했다.

이후 퇴장하면서 자신의 장갑을 벗어 직접 입을 맞추고 팬들에게 던져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라커룸으로 돌아가면서도 팬들의 환호에 일일이 눈을 마주치고 손을 흔들며 반응해 줬다.

기자회견에서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팬들에 대한 애정을 양껏 드러냈다. 그는 “라스베가스보다 한국 팬들이 멋졌다”며 “적지에선 이겨도 좋아하지 못하고 빠져 나와 호텔에서 좋아했는데 마음껏 좋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격투기 해설가 김대환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동현은 파이터로써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 성숙해 나가는 과정이 보인다”며 “마치 사과가 익으면 색깔이 변하는 것처럼 김동현도 그렇게 선명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감탄했다.

이번 ‘UFC서울’에서 김동현은 신예 파이터를 손쉽게 제압하는 뛰어난 실력을 과시했지만 그보다 더 돋보였던 건 겸손한 그의 자세와, 진정으로 팬들을 아끼는 그의 마음이었다.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진 한국 격투기 간판 ‘스턴건’의 순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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