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하야시 전 메이카이대학 교수 "임대주택, 입지·입주자 만족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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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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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 역세권은 대부분 임대주택, 주상복합형 임대주택도 일반적"

하야시 전 메이카이대학 부동산학부 교수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임대주택의 성공 요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창익 기자]


아주경제 김창익기자 =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입지'다. 이는 임대주택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지하철·전철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먼저 형성된 다음 주택이 들어서는데 그 중 임대주택의 인기는 도쿄 등 도심에서 더욱 높다."

하야시 전 메이카이대학 부동산학부 교수를 지난 20일 일본 도쿄 오모테마치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어를 곧잘 하는 그는 인터뷰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동시에 과거 일본과 닮은 한국의 부동산시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본지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민간 업체들이 임대주택시장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하고, 하야시 전 교수와 함께 선행하는 일본의 주택·부동산시장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먼저 최근 일본 부동산시장 이슈에 대해 입을 열었다.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빈집과 일본 종합부동산업체인 미쓰이부동산이 시공한 건물에 대한 논란 등이다. 미쓰이부동산은 도쿄 인근 지역에 아파트를 짓는 중에 원가 절감을 목적으로 자재에 대한 자료 분석을 꼼꼼하게 하지 않아 건물이 기울어져 완성됐다. 이와 관련해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다른 문제인 빈집의 증가에 대해서는 중고주택 거래가 감소하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빈집, 이른바 좀비하우스가 전국적으로 약 40%까지 늘어났다"며 "뉴타운 지역에서도 방치된 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맨션의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도쿄를 중심으로 임대주택 수요는 계속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민간 철도 노선만큼이나 지하철·전철역 주변에 빼곡히 들어선 일본의 주택들은 보통 재개발을 통해 상권이 형성된 후 지어졌다. 대부분의 역이 백화점과 같은 상점과 지하로 연결되고, 인근에 주택가 및 편의시설 등이 밀집한 구조다. 이 중 도쿄에서만 20% 이상의 개인이 자기주택에 임대를 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야시 전 교수는 "건축시기가 오래돼 낡은 건물이 많지만 월세는 도쿄와 주변지역 모두 7만~8만엔 수준으로 높다"며 "그럼에도 고령화 및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임대주택 수요는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집값 하락을 우려하기보다 안정성을 지향하는 풍조가 번진 데 따른 것이다. 민간 업체가 도심에 공급하는 작은 규모의 임대주택 회전율이 높은 이유기도 하다.  

일본주택공단을 전신으로 하는 UR(도시재생기구)은 주로 3~4인의 가족용 임대주택을 공급해왔다. 그는 "UR은 아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임대주택을 공급·관리하는 기관일 것"이라며 "가족용인 만큼 임대료가 높지만 민간에서는 대형 임대주택을 거의 공급하지 않아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UR이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토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만을 매입한 후 얻은 땅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1~2인 가구가 늘면서 가족형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 최근에는 도시재생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임대주택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 조달 자금과 중앙정부의 보조금으로 일정량을 공급 중이다.

그는 "임대주택 시장이 커지려면 무엇보다 입주자가 일정 기간 거주 후에도 임대주택이 좋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이라는 하드웨어에 임대주택의 긍정적 이미지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뒤따라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는 올해 첫발을 뗀 우리나라의 기업형 임대주택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임대주택에 '누가 사느냐'가 가치를 형성하기 때문에 '중산층'이라는 타깃을 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이 없을 뿐 아니라 주요 살림용품이 공급 시에 구비돼 있어 편리성 측면에서도 선호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분양전환 가능 시기의 미래가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입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전세제도가 없는 일본에서는 "아직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언제 다시 금리가 오를지 몰라 30년 주택론(loan)을 받을 때 대부분 고정금리로 이자를 갚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며 "2년 후 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는 장점을 가진 전세가 한국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다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야시 전 교수는 주변 편의시설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일본에서의 주상복합은 병원, 도서관, 박믈관 등의 일정 시설을 갖춘 주택건물을 의미하는데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주택 중에도 주상복합 형태가 다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주상복합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는 "임대주택이라고 해서 편의시설을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정보의 비대칭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할 뿐 대체로 시장경제에 맡기는 편"이라며 "기업형 임대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업체에 보다 효율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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