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공산당 치하의 보헤미안, 주링허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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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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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주링허우는 독특한 개성과 자유분방한 행태로 중국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사진=중신사]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에서는 1990년대생을 주링허우(九零后)라고 부른다. 올해는 1993년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다. 그러니 현재 주링허우의 대부분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재학중이며 일부가 사회에서 활동중인 셈이다.

1980년대생들인 바링허우(八零后)들은 아직은 가난했던 1980년대의 중국과 1990년대 윤택해지기 시작한 생활을 경험했다면, 주링허우들은 태어날 때부터 비교적 윤택한 삶을 영위해 왔다. 문화대혁명 시기 청년기를 보낸 부모세대를 둔 바링허우들은 사회통합에 대한 관념을 지니고 있다면, 개혁개방시기 청년기를 보낸 부모를 둔 주링허우들은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주링허우는 1가구1자녀 정책으로, 부모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끔찍한 사랑을 받으며 가정에서 주인공으로 살아왔다. 때문에 자아가 뚜렷하고 자신의 목소리와 주장을 스스럼없이 낸다. 개성이 뚜렷한 탓에 도무지 종잡을 수 없고 형태가 없다고 해서 주링허우를 젤리(jelly)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더욱이 인터넷의 보급과 발전은 주링허우로 하여금 독특한 개성을 형성케 했다.

◆기성사회에 불안감 조성키도

주링허우가 막 사회에 진출할 무렵인 2012년 중국사회에는 주링허우로 인한 불안감이 감돌았었다. 대학졸업을 앞둔 여대생이 “직업을 구하기보다는 정부(情婦)가 되고 싶다”라고 TV카메라앞에서 거리낌없이 말하는 모습이나, “대학교육이 내 개성을 매몰화시켰다”고 날선 비난을 하는 대학생의 모습에 중국 인민들은 놀라워하면서도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주링허우의 자유로운 자기표현에 서방 전문가들은 ‘주링허우가 중국의 체제변혁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주링허우는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성사회에 융합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주링허우는 새로운 중국의 주체이며, 중국시장의 거대 신흥 소비자군이기도 하다. 때문에 중국의 연구소나 싱크탱크들은 주링허우를 대상으로 많은 설문조사와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싱크탱크들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중국 주링허우에 대해 알아본다.
 

 



◆브랜드, 연예인 아닌 주관따라 쇼핑

베이징대학 마케팅매체연구센터가 올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링허우가 강한 주관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쇼핑할 때의 판단근거를 묻는 질문에 주링허우의 77.3%가 '내가 좋아하면 산다'라고 응답했다. 두번째는 가격으로 40.5%였다. 31.9%는 친구의 추천과 사용경험이었다. 입소문과 평판은 30.5%였으며, 부모의 추천이 25.5%였고, 새로운 유행과 트렌드가 21.7%였고, 브랜드는 19%에 불과했다. 광고는 9.4%, 옌예인들의 영향은 5.1%였다. ‘내가 좋아하는 지 여부’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브랜드나 광고, 유행, 연예인 등은 소수에 불과하다. 주링허우가 자신들의 기호에 따라 판단을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집에 머무는 것이 좋다"

주링허우의 대표적인 생활습관은 '집에서 인터넷을 즐긴다'이다. 베이징대 마케팅매체연구센터에 따르면, 자신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30.5%의 주링허우가 '집(宅)'이라고 답했다. 뒤를 이어 독립(25.6%), 집념(24.2%)가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성실한 생활태도가 19.0%였고, ‘세태에 순응한다’가 18.7%, ‘올바르다’가 17.1%였다. 인터넷을 중요시하는 만큼 이들은 스마트폰 데이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필요없는 소프트웨어의 구동을 자주 점검해 데이터 낭비를 막는다. 외식을 할 때도 식당에 무료 와이파이가 있는지가 중요한 식당선택 요소다.

◆꾸미길 좋아하는 남자들

주링허우 남성들은 주링허우 여성들에 비해 옷과 신발구매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고급브랜드 전용 인터넷쇼핑몰인 톈마오(天猫)의 조사에 따르면 주링허우의 남성복 구매빈도는 49%였고, 여성복 구매빈도는 35%였다. 남성신발 구매빈도가 40%, 여성신발이 31%였다. 중국의 주링허우는 약 1억4000만명으로 전체 중국인구의 11.7%를 차지한다. 주링허우의 인터넷쇼핑액은 월평균 240억위안(한화 약 4조5000억원)이다. 가장 애호하는 인터넷쇼핑몰은 타오바오(淘寶)이다. 집에 머무르며 인터넷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은 쇼핑 역시 집안에서 인터넷몰을 이용한다.
 

자유분방하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중국의 주링허우.[사진=중국신문사]



◆최고영웅은 마윈

젊은 주링허우들이 연예인을 동경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베이징대학 마케팅매체연구센터에 따르면, 그들이 닮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 연에인은 24.4%에 불과하다. 주링허우는 독립적이고 집념이 강한 세대이다. 그들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세계를 바꾸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내재돼 있다. 그들이 존경하는 인물로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馬雲)이 75.3%로 1위였다. 뒤를 이어 빌게이츠(61.3%),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馬化騰, 41%), 교육업체 신둥팡(新東方)의 창업자인 위민훙(俞敏洪, 37.9%)등이었다.

◆가고픈 해외여행, 목적은 체험

시장조사업체인 이관즈쿠(易觀智庫)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주링허우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은 압도적으로 해외여행이 많았다. 세계는 넓고 봐야할 것은 많다는 그들은 무려 50.9%가 여행을 꼽았다. 이들은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음식이나 숙박지는 그리 개의치 않는다. 다만 현지의 생활을 알고 싶어하고, 견문과 체험을 늘리고 싶어한다. 이들은 서스럼없이 돈이 들지 않는 배낭여행이나 무전여행을 떠난다. 가장 하고싶은 일로는 2위부터 ‘더 나은 직업 구하기’가 5.5%, 창업이 6.2%, 재산축적이 4.1% 등의 순이었다.

◆외모중시, 뉴스는 연예기사

이관즈쿠에 따르면 주링허우가 상대방을 평가하는 기준은 1위가 언행이었다. 90.1%가 언행을 꼽았고 71.8%는 옷차림새, 62.7%는 외모라고 답했다. 언행을 통해 사람을 평가하는 비율이 높기도 하지만 옷차림이나 외모를 본다는 응답도 상당히 높았다. 신문을 볼 때 주링허우는 연예소식을 가장 즐겨본다. 56%가 연예뉴스를 본다고 답했고 40.2%는 IT뉴스, 32.4%는 사회뉴스를 보며, 정치뉴스는 27%에 불과했다. 이어 문화뉴스(24.5%), 스포츠뉴스(22.5%) 등이었다. 인터넷세대인 만큼 IT뉴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야근 OK, 낮은 급여 NO

주링허우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세대다. 직장에 들어가서 열정으로 충만한 주링허우는 야근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 이관즈쿠에 따르면, 83.5%의 주링허우들은 야근을 해도 개의치 않다고 답했다. 직업선택시 고려사항을 묻는 질문에 단 1.4%만이 업무시간 준수여부를 택했다. 사회적인 지위를 중시한다는 응답 역시 1.9%밖에 되지 않았다. 고려사항 중 1위는 급여수준(25.9%)이었으며, 2위는 발전전망(25.1%)였고, 3위가 재미(21.9%)였다.
 

대학 졸업후 스스로 무용학원을 창업한 중국의 한 주링허우.[사진=중신사]



◆높은 창업열기, 낮은 로열티

베이징(北京)대학 시장연구센터가 인터넷 정보업체인 간지왕(赶集網)과 함께 조사작성한 ‘취업추세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링허우 대졸자 중 17.3%가 영업직군에 취직했으며, 15.6%의 대졸자가 창업을 선택했다. 기술직은 9.3%로 3위를 차지했다. 대졸자들 중 무려 15.6%가 창업을 택했다는 것이 놀랍다. 또한 47.6%는 현직장에서의 예상근무기간을 1년이내로 잡고 있으며, 이 중 23.6% 는 반년이내로 응답했다. 첫직장에서의 예상근무기간이 3년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9%에 불과했다. 중국 주링허우들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직업관을 엿볼수 있다.

◆미드 선호, 이유는 탄탄한 스토리

동영상제공업체인 아이치이(愛奇藝)가 올해 조사한 ‘주링허우 여름방학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45.7%의 주링허우는 각국 드라마 중 미국드라마를 선호했다. 이들은 74.3%가 스토리가 탄탄한 드라마를 선호한다고 응답해다. 57.1%는 캐스팅 진용, 48.6%가 배우들의 연기력을 꼽았다. 77.1%의 주링허우는 드라마의 편수가 10~30회가 알맞다고 말했다. 호흡이 빠른 이들은 짧은 단막극이 비교적 짧은 편수로 종료되는 것을 좋아한다.

◆웨이신과 QQ의 차이

주링허우 중 1995년이후 출생자들은 QQ를 이용하며, 1995년 이전 출생자들은 웨이신(微信)을 선호한다. QQ는 채팅을 기반으로 미니홈페이지 기능이 있다. 웨이신은 미니홈페이지 기능이 강화된 채팅프로그램이다. 둘 모두 텐센트가 개발했다. 인터넷정보센터가 이번달 발표한 ‘중국이동통신생태보고서’에 따르면 QQ의 블로그 기능을 이용하는 인구중에는 10~29세의 인구가 80%가까이를 점유한다. 웨이신에는 게임이 그리 많지 않은 반면, 커뮤니티 기능이 강하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지인들이 그리 많지 않는 1995년이후 출생자에게는 웨이신이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 성인들이 웨이신과 웨이보로 옮겨탄 이후 QQ는 중고등학생들의 놀이터로 변모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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