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시장이 변해야 매도리포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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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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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증권사가 매도 리포트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고 했는데 외부 압박으로부터 애널리스트를 보호할 방안이 있습니까?"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투자상품 판매-운용 관행 쇄신'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브리핑을 실시했다. 주요 내용 중 하나가 증권사가 매도 리포트를 내놓을 경우, 불이익이 없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2014년까지 4년 동안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 가운데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0.1%도 안 됐다. 외국계 증권사가 같은 기간 9.2%에 달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는 거래관계가 엮인 기업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문화 때문이다. 

최근 토러스투자증권 사례가 대표적이다. 토러스 측 연구원은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기업으로 현대백화점을 꼽았다. 그러자 현대백화점 현직 임원은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서 삭제를 요구하고 불이행 시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새로 나온 당국 방안은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기자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담당 국장 발언도 다소 모호했다. 

"사실 이 건은 감독원에서 규제로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서 형성돼야 할 문제다. 정당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는 게 중요하지 이를 제도적 틀 안에서 규정하는 것은 그다지 맞지 않다고 본다."

당국이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사가 먼저 회사 이익보다는 신뢰를 얻기 위해 매도 리포트를 내야 한다.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투자의견 비율공시제 시행, 정기협의체 신설 같은 당국에서 내놓은 방안은 모두 그런 분위기 조성을 위한 '판'을 깔아주기 위한 장치다. 

당장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해결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주식시장 문화가 한층 성숙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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