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Talk] 가수 나얼 '콜라주얼'展, LP판에 담은 기억 '인생은 Long 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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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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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일부터 진화랑에서 아홉번째 개인전, 디지털 콜라주등 48점 전시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가수 나얼의 아홉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아무것도 안하고 쉴때가 더 힘들다. 나는 창작을 해야 살수가 있구나 생각했다. 음악도 미술도 나에겐 본능같은 것이다. 어쩔수 없이 계속 해야만 하는…."

 가수 나얼로 유명한 그가 자신의 이름 유나얼(37)로 4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나얼은 2001년 남성보컬그룹 브라운아이즈로 데뷔, 독특한 음색과 노래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있다.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펼친 그의 전시는 그동안 '연예인 화가'들의 반짝 전시와는 다른 모양새다.

 일단,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진화랑에서 기획한 초대전이다. 화랑을 빌려서 하는 전시가 아닌, '화랑이 모신 작가'다. 영화로 치면 흥행성이 있다는 것이고, 음반으로 치자면 '물건'이 된다는 얘기다.

 알고보니 벌써 아홉번째 개인전이다.  단국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2004년 2년에 한차례씩 개인전을 열었고, 해마다 수많은 국내외 아트페어와 그룹전에 참여해왔다.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연 전시에서는 가수로서가 아닌 화가로서 입지도 다졌다.  일본팬들이 전시에 오겠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화랑측이 전했다. 


 

[화가 나얼: 진화랑 제공]

전시 제목은 '콜라주얼-나얼의 방'이다.  콜라주얼(Collagearl)은 콜라주 기법과 자신의 이름 중 '얼'(earl)을 합성해 만들었다.

드로잉과 오브제를 한 화면에 담아낸 콜라주 작업을 꾸준히 해 온 나얼은 이번 전시에도 '시간과 기억을 채집'한 콜라주 작품을 선보인다. 지인을 통해 얻은 오래된 흑백사진, 낡은 LP케이스 등을 조합해 만들었다.

 그는 오래된 사진과 물건들을 이리저리 붙이다 보면 뭔가 '달라지는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호소력 짙고 중독성 있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 나얼의 노래처럼 작품도 일맥상통한다.  흑인 음악 특유의 소울 강한 마력이 작품 전반에 녹아들어 보는 이의 감성을 무장해제시킨다. 
  
 ▶전시장 1층은 마치 뉴욕 소호갤러리쯤으로 변신한듯 하다. 캔버스에 그려진 정형화된 그림이 아니다.  구겨지고 찢긴 종이 박스에 그려진 흑인들, 창문틀과 잘라진 의자걸이를 이용한 작품, 심지어 구멍가게 앞에 있던 오락기계까지 등장해 있다.  오래돼 수명을 다한 오락기에서는 하얀전구들이 반짝이며 음악이 흘러나온다.


2층에는 신작이 걸렸다. 드로잉과 오브제를 한 화면에 담아냈다. 그동안 모아온 사진들과 물건들을 이리저리 배치해 조합하고, 다시 스캔을 받아 프린트해 탄생한 '디지털 콜라주'작업이다.  

그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합에 관심이 많다"며 "쓸모없어지는 것들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다 보면 그 결과물이 사람 사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래된 것들로 만들어진 작품들. 나얼은 "잘 버리지 못한다"고 했다.  쌓아두다 보니 이것이 쌓여갔고 채택된 이미지도 이전의 것들이 많다고 한다.모두 버려지거나 팽겨쳐진 것들이다. LP판만 3000여장쯤 되고, 일상의 세탁물에 붙어있는 종이표까지 모아놓고 있다.  뜯어낸 종이 상자, 어떤 소녀가 입었을 것 같은 레이스 천, 오래된 사진등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버릇은 유전된 듯 하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4살때 그렸다는 낙서 같은 그림도 나왔다. 엄마가 '모아놓았던 것'으로 이 그림은 바스키야 작품 못지않은 분위기를 풍기며 눈길을 끈다.  실제로 나얼은 미국 팝아트 거장 로버트 라우센버그와 쟝 미셀 바스키아, 미국 추상화가인 프랑크 스텔라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얼이 4살때 그린 그림으로 만든 작품.]

[사진=박현주기자]
 

그는 이번 전시에 '시간의 마술사'가 됐다. 지난 2월 발표한 싱글앨범 '같은 시간 속의 너' 의 가사처럼 '사랑했던 날'과 '거짓말 처럼 또 하루가 살아지는' 인생은 찰나고, 흘러갈뿐이다. 그는 그 시간을 붙잡았다.

 버리고 잊혀진 것들 위에 현재의 그가 드로잉을 하고, 퍼즐처럼 맞춰진 화면은 지나간 날들을 재생시킨다.  마치 이국적인 흑백영화 같은 빛바랜 듯한 화면은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Collage For Walkers(2015)' 은 2m50cm 초대형 화면으로 눈길을 끈다. 누렇게 변한 사진첩(알고보면 LP판 커버)을 펼친듯한 바탕엔 오랜 세월을 견디고 있는 흑백 사진과 웅크린채 정면을 바라보는 흑인 운동선수가 드로잉 되어 있다.

 과거와 현재,미래가 마주하는 찰나의 순간이다. 사진속의 흐릿해진 인물(과거), 나얼이 그린 명확한 드로잉속 인물, 그리고 그림을 보는 감상자(현재)가 시간을 거슬러 추억의 문을 열게 한다. 마치 시공을 초월해 잠깐의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을 전한다.

 LP 커버에 그려진 그림은 우연일까. LP가 ‘Long Play’의 약어이듯, 압축해 재생하는 LP판처럼 인생도
‘Long Play’다. 수없이 돌고 돌아 한곡의 노래가 끝나듯 인생도 반복의 체바퀴속에 그저 살아갈뿐 아닌가.

  갓난 아이의 모습이나 결혼식 장면등 흘러가는 순간을 채집한 나얼의 전시에는 '그리움'이 쌓였다. 흩어진 추억을 캡처해 완벽한 퍼즐로 맞춘 작품들은 나얼만의 또 다른 세계를 창작해내고 있다. 비운 듯 가득한 화면구성은 자로잰 듯한 치밀함과 크고 작은 사진과 쪽지의 배치로 음악적 리듬감까지 더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이번 작품엔 "성경 내용과 구절들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작품 제목이 말해준다. ‘에끌레시아(Ecclesiaㆍ교회)’, ‘하마르티아(Hamartiaㆍ죄)’ 등 헬라어로 타이틀이 달렸다.  그래피티같은 작품에는 디모데후서 2장 15절에 나오는 구절, '하나님께 인정받은 자로서 공부하라는 뜻'이 담겨졌다. 그림으로 '진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이번 전시에는 신작 ‘Collage for infancy’ 시리즈 12점과 더불어 자메이카 여행 중 그린 그림 12점, 윈도우 시리즈 9점 등 총 48점이 나왔다.  '디지털 콜라주' 작품은 판화처럼 에디션이 37장이다. 동양철학에서 3과 7은 완벽한 숫자로 여겼듯 나얼도 3과 7일 그렇게 보고 37을 차용했다.  작품값은 30호 크기가 150만~200만원선이다.  흑인을 그린 '드로잉콜라주'는 아쉽게도 판매하지 않는다.  

 가수이자 화가인 나얼은 "내 자존심이 더 신경 쓰이는 쪽은 음악보다 미술"이라며 "사람들이 나를 화가로서 기억하지는 않겠지만, 작품을 전시할 때는 미술작가로 봐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02)738-7570


 

[Hamartia(2015)Digital Collage]


▶작가 유나얼=2000년 계원조형예술대학매체예술과 졸업, 2003년단국대서양화 졸업2005년 단국대 디자인대학원 서양화 전공 졸업 ▶Solo Exhibition:2014 나얼/ 아베노하루카스백화점, 오사카_일본, 2013 Collagearl / 갤러리토스트, 서울, 2012 Principle Of My Soul / 이듬갤러리, 부산,2011 A Regular Hexahedron Is The Cross / 다음사옥, 서울,2007 Life And Love Are The Same / T-스페이스, 서울,2006 아름답지만치명적인/ 정갤러리, 서울,2006 Plant The Sweet Things / 삼일로창고극장, 서울, 2004 나얼/ 고도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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