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사과 없이 연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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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9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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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드디어 날이 정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일정이 확정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29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포함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과거사 문제는 미국 의회가 전향적 양보를 담은 연설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일단 "기대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본정부가 말하는 그 '기대'의 수위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이냐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아베 정권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은 모두가 왜곡된 역사였고, 숨기고 부정하는 역사였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로 인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한일관계를 풀 수 있도록 하려는것 같다.

한일 양국 모두 미국의 우방이라는 점에서 두 나라의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된다면 미국의 이익을 위한 외교정책을 펼쳐 나가는데
불편하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 의회는 물론 미국의 영향력 있는 거물급 일본 전문가들이 아베총리가 한인 과거사 문제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견을 일본에 전달했다고 한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미국에 맞추지 말고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당한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기대치에 맞춰달라는 주문이 여러 경로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먹힐지는' 의문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동안 일본의 과거사를 일관되게 왜곡해온 일본과 아베가 이제 와서 미국이 요청을 했다고 자신들의 과오를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SNS인 트위터에 들어가 '위안부'를 뜻하는 영문 'comfort women'을 치면 '@Comfort_Women'이 나온다.

'여성의 피해를 막고 싶다면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올라온 글을 보면 한결같이 '위안부는 강제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위안부는 매춘부' '현재 일본과 미국에 한국 성매매 여성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 이란 망언 일색이다.

문제는 글의 내용이나 제시한 근거자료를 보면 단순히 어린 아이들의 장난 낙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치밀하게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계정의 운영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이 트위터가 자주 인용하는 자료가 바로 미국의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미국 공식문서나 사진 등을 제시하며 종군 위안부의 실존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

미국의 자료가 진본이냐 위본이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본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의 자료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달에 있을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연설도 그런 식으로 이용할 지 모르겠다.

전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미국의 수도에서 아베 총리가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피해국가의 기대에 부합하는 그런 연설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일본 총리로서 처음 있는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아베는 자신들의 침략정쟁을 합리화하고 위안부 문제를 덮기 위한 내용의 연설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서 미국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시는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지역 한인사회는 아베 총리의 연설을 앞두고 미 의회 앞 대대적 시위를 준비중이다.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 일정에 맞춰 시위를 벌이는 것은 물론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주류 언론에 일본 규탄 성명서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노력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얻어낼지는 알 수 없다. 아베 총리와 일본은 이들을 무시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가는 곳마다 이러한 외침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기필코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외침이 몇몇의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한인들, 그리고 우리와 같이 일본 제국주의에게 피해를 입었던 중국 등 다른 나라가 한데 뭉쳐 사과를 받아 낼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그 역할을 이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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