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본격화]"탁상행정 될라" 우려...성공요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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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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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선미·홍성환 기자 = 정부는 오는 6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이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규제완화 여부는 물론이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각종 규제 완화 가능할까…서비스 차별화도 숙제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금산분리 완화가 거론된다. 현행법상 은행은 산업자본의 소유가 지분율 4% 이하로 제한돼 있다. 네이버, 다음 등 대표적 인터넷 업체 등은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든다고 해도 경영권이 제한된다

실명확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금융회사는 점포망이 없어 신규 고객을 유치할 때마다 직원이 직접 고객의 얼굴을 대면하고 실명을 확인할 경우 해당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앞서 HSBC·산업은행·전북은행 등의 경우 직원이 인터넷 전문계좌 개설을 원하는 고객을 직접 찾아가 실명을 확인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전북은행을 제외하고는 인건비 문제로 직접 방문을 포기했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국내에서는 은행 다이렉트뱅킹 계좌 개설, 온라인 증권 계좌 개설 및 온라인 보험가입 시 ‘영업사원 방문’ 또는 ‘타 금융회사 위탁’ 방식을 통해 실명 확인이 이뤄진다"며 "하지만 화상 통신 및 공인인증서를 활용한 실명확인은 아직 허용되지 않아 금융실명법의 개선 및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비대면 실명인증을 허용하려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가 추가로 확보돼야 한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실명제는 자금세탁 관련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장치"라며 "비대면 실명 인증을 허용하기 전에 대면 인증에 버금가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여태 인터넷전문은행이 없어도 불편함 없이 살았는데, 현재 안 하면 안 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며 "기존 인터넷뱅킹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등 내용물에 대한 논의가 없다면 탁상행정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 요건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시중은행의 최소 자본금 요건은 1000억원, 지방은행은 250억원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을 위한 최소 자본금 요건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인터넷전문은행 준비 박차…일부은행 '회의적'

그나마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적극적이다. 관련 쟁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데다 핀테크 패러다임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수익을 다각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현재 외환은행 캐나다 법인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형태의 시스템인 '원큐뱅킹'을 시범운영 중이다. 이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활용해 온라인에서 원격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리모트 뱅크다. 향후 중국, 인도네시아 등 다른 해외 점포에도 적용하고 한국 시장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스마트금융센터를 준비 중이다. 스마트금융센터는 사이버지점 형태의 비대면 전문상담체계이다. 4월 말 비대면 거래 상담 및 상품 판매에 대한 1단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말까지 2단계로 상담 고객별 분석을 통한 상품추천 시스템 구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자회사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고객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쪽으로 급격히 이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6월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뱅킹 통합플랫폼 'IBK 원뱅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연말 취임식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이 행장은 "핀테크 경쟁력을 강화해 온라인 지급결제시장을 선도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해 금융 디지털마켓의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은 당장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은행 업무에 한정된 인터넷 뱅크라면 이미 인터넷뱅킹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큰 차별성이 없다"며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지주사의 전 계열사를 활용해 종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터넷 뱅크를 추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KB금융 역시 기존 스마트뱅킹의 IT기술을 보강해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증권업계에서도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키움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진출을 시사했고, 다른 증권사들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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