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 변화의 초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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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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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달 종이책으로는 마지막으로 발간된 삼성그룹 사보 ‘삼성앤유’에서 심층 기사로 선보인 주제는 바로 ‘부(富)’였다. 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의 핵심인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을 앞둔 시기에 공개돼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가장 유력한 삼성그룹이 ‘부’를 정면으로 내세운 배경은 이재용 부회장을 표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분석됐다.

삼성그룹은 부와 경영권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 회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필수조건임이라 보고 정부와 사회와의 공존을 추진하고 있다.

◆ 정부 정책에 반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삼성그룹은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등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내년에도 올해보다 늘어난 53조~54조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창조경제 확산을 위해 대구와 구미 등 2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등에도 상당한 투자를 진행키로 했다.

과거 삼성그룹은 수 차례에 걸쳐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오해에 시달렸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던 이익공유제와 관련, 이건희 회장은 “이해가 가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언급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가 맞물려 있는 현 상황에서 삼성그룹으로서는 정부와 지근거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 주주들과 화해의 제스처 나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주 매입에 이어 특별 배당금 성격으로 전년대비 배당을 30~50% 늘리는 것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내수 활성화 및 주식시장 부양 차원에서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등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해 왔고 주주들도 강력히 요청했다. 배당 확대에 대한 재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삼성이 배당 확대를 결정한 것은 주식시장에서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의도도 숨어있다.

삼성SDS는 1999년 2월 23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당시 이재용 부회장 남매를 제3자 배정자에 포함시켜 오너 일가에게 부당이익을 안겨줬다는 의혹을 받았던 기업이다. 이번 상장 때에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도 그에게 경영 승계를 위한 목돈 마련의 수단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삼성그룹의 배당 확대책은 주주들의 우호적인 지지를 이끌어 이재용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유도하는 효과를 얻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 임직원 임금 동결, “긴장감 불어넣는다”
그룹 전 계열사 임원 급여 동결에 이어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급여도 긴축하하며, 인센티브 지급도 최소화키로 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내년 연봉 산정에서 하위 4~5등급을 받은 직원은 연봉이 동결되거나 최악의 경우 삭감되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매년 각 계열사에 전체 직원의 10%는 4~5등급의 인사고과를 주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으나, 이번에는 그 심사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으로 평가받는’ 문화를 확고히 하고자 임직원들이 긴장감을 갖고 일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일종의 충격요법을 가한 것이다. 더불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삼성과 비삼성간 임직원들의 임금에서 비롯된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 조용하지만, 확실히 밀고 간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1월 19일 할아버지이자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의 27주기 추모식을 처음 주재하며 그룹의 적통임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일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매년 열었던 그룹 신년하례식을 내년에는 치르지 않기로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실적 부진에 따라 각 계열사별로 조용히 넘어가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속내는 이재용 부회장이 당장은 그룹 차원에서 개최하는 행사에는 얼굴을 비추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건희 회장을 중심으로 열어왔던 그룹 행사에 자신이 나타난다는 것은 자칫 의도치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사장단·임원인사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자신의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등용하고, 미래 삼성에 맞지 않은 계열사들의 매각을 주도하는 등 숨겨왔던 경영능력을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계 시기는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다만, 그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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