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퓨리’, 전쟁의 시간처럼 더디게 가는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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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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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퓨리' 스틸컷]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전차부대를 이끄는 대장 워 대디(war daddy/브래드 피트)에게 적으로 둘러싸인 최전선에서의 마지막 전투 명령이 떨어진다. 수차례의 전투로 동료 대부분을 잃은 그에게는 단 한 대의 탱크 퓨리(fury‧격분)와 지칠 대로 지쳐버린 4명의 부대원뿐이다. 워 대디는 최전선을 사수하기 위해 이 불가능한 전투에 뛰어든다.

좋은 전쟁 영화의 기준이 실감 나는 전투 장면이나 전쟁의 잔인함에 대한 경각이라면 영화 ‘퓨리’는 퍽 괜찮은 전쟁 영화다. 워 대디의 전차부대가 이끄는 M4 셔먼탱크와 독일군의 티거탱크는 실제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것이라니…영국 보빙턴 탱크 박물관에 전시 중이던 탱크를 바깥세상으로 끌고 나온 제작진이 리얼리티를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알만하다.

수백명의 적진 가운데서 한 대의 탱크로 고군분투하는 워 대디 부대의 모습은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상대한 이순신의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먼 나라의 이야기여서일까? 아니면 ‘명량’을 볼 때처럼 리더를 향한 애정과 존경심이 준비되지 않아서일까? ‘명량’의 짜릿한 전율이나 묵직한 울림은 느끼기 힘들다.

영화 ‘퓨리’는 대부분의 전쟁 영화에 등장하는 익숙한 무기를 왕왕 사용했다. 지혜롭고 냉철하지만 인간적 면모를 잃지않는 리더와 전쟁의 참상에 닳고 닳은 거친 부하들, 겁쟁이였지만 점점 적군 사살에 익숙해져 가는 햇병아리 신병, 그들의 끈덕진 전우애, 적군과 아군을 넘나드는 사랑과 그로 인한 비극…여타의 전쟁 영화와 차별되는 ‘퓨리’의 가장 강력한 혹은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조미료 하나 치지 않은, 미련할 정도로 우직하게 우려낸 뚝심이다.

그래서일까? 전쟁 중에는 시간이 유독 느리게 가는 것처럼 ‘퓨리’ 상영시간 134분은 유독 길게 느껴진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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