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차 고위급접촉 판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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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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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오는 30일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남북 간 2차 고위급 접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북한이 남북 대화국면 와중에 잇따라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도발을 감행하면서도 '2차 고위급 접촉 30일 개최'에 대한 우리측 제의에 1주일 넘게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북한 최고위급 실세들의 방남 이후 남북대화 분위기가 형성됐으나 북한은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7일)과 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향한 총격(10일) 등의 도발을 감행했다.

또 18일에는 강원도 철원지역 비무장지역(DMZ)에서 북한군 10여명이 군사분계선(MDL) 선상까지 접근해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갔다.

19일에도 경기도 파주지역 DMZ에서 전날과 같이 북한군이 MDL에 접근해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했고, 이번에는 북한군이 대응사격을 해 남북 GP(비무장지대 내 소초) 간 총격전이 발생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3일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명의 전통문을 북한에 보내 30일 판문점에서 2차 고위급 접촉을 개최하자고 제안해 둔 상태다.

그러나 북한이 이틀뒤 15일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이 성과 없이 끝나자 우리측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2차 고위급 접촉의 전도가 위태롭게 됐다"고 주장했다.

우선 정부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2차 고위급 접촉에 나오는 것을 전제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다차원적 대남 압박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남북 고위급 정치군사회담에서도 대북 전달 살포 문제와 관련, 한국측의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자 북한이 휴전선 인근지역에서의 대북 전단 살포가 가져올 인명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남북회담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을 조성해 회담장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며 "지난 15일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내용을 공개한 것도 북한이 회담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는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예정대로 열 것이라는 입장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고위급 접촉 제안에 대한 북한의 답변이) 아직 안 왔다"며 "고위급 접촉은 지난 4일 인천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인 만큼 우리측이 제의한 대로 30일에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개최되기를 우리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19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정부의 2차 고위급 접촉 성사 의지는 강하다.

하지만 고위급 접촉을 앞둔 장외전에서 북한이 우리로부터 가시적 양보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대화 국면을 일방적으로 깰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금 입장을 유지한다면 접촉 개최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대화의 판이 깨지면 남이나 북이나 다시 대화의 판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성장 연구위원은 "대북 전단 살포에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 앞으로도 변화가 없다면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여 한국 정부와 사회에 피로감을 주는 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북한이 이처럼 대북 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 초강경 입장을 취함에 따라 이 문제와 관련해 남북이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제2차 남북고위급접촉이 개최되지 못하거나 개최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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