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컬러풀 웨딩즈', 내 상상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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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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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컬러풀 웨딩즈' 포스터[사진제공=블루미지]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스무살 무렵 떠났던 국내 배낭여행에서 한 부부를 만났었다. 진도 어디께였던 것 같은데 한국인 남편과 필리핀에서 온 아내, 그리고 아들까지 단란한 세 식구였다. 한국 남편은 자상했고, 필리핀 아내는 애교가 많았다. 아들은 중학생이었는데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이었는지 예의가 무척이나 바랐다.

스무살 넘게 국제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을 안고 살았던 나로서는 꽤나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 외국인과 사는 게 그리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지레 단정 지었던 내가 한동안 반성 모드로 살았던 기억이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사는 게 '나쁜 일'이 아니구나.'

자극을 받았던 나는 즐거운 상상을 시작했다. 나중에 결혼하면 내 자녀들이 외국인과 결혼해도 재미있겠구나 하는 상상. 아들은 어여쁜 금발의 아가씨를, 딸은 듬직한 흑인 사위를 데려온다면 나는 가만히 앉아서 우리 집을 '글로벌 가족'으로 만드는 영예를 누리는 게 아니겠는가. 영어 회화 학원을 열심히 다녀도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한 나로서는 어마어마하게 '아찔'한 상상이었다. 여하튼 각설하고.
 

영화 '컬러풀 웨딩즈' 스틸[사진제공=블루미지]

영화 '컬러풀 웨딩즈'(감독 필립 드 쇼브홍)는 이렇듯 '아찔'한 나의 상상을 노래한 작품이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에 뼛속까지 순수혈통인 프랑스 상위 1%의 클로드 부부에게 닥친 위기(?)를 그린 작품. 클로드 부부 네 딸이 모두 아랍인, 유대인, 중국인과 결혼을 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아찔하고 유쾌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던가. 클로드가(家) 역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유대인 사위는 어린 아들에게 '할례'를 할 정도로 전통을 중시하는 반면 아랍인 사위는 은근히 허당이다. 중국인 사위는 계산이 빠르고 아부를 잘하는 성격. 달라도 너무 다른 세 사위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댔다.

그런데 '컬러풀 웨딩즈'는 고난의 연속인 국제결혼의 장벽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국제결혼을 소재로 한 영화 '달링은 외국인'(일본, 2010), '나의 결혼 원정기'(2005)가 어두운 분위기였다면 '컬러풀 웨딩즈'는 제목 그대로 밝다. 백인부터 흑인, 황인까지 세계의 인종이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집안 분위기도 '컬러풀'해졌다.

특히 문화적 차이에서 생기는 서로의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사위의 성격과 관습을 이해하지 못해 무시했던 장인이 마음을 여는 과정, 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에게 받았던 상처를 치유해가는 다른 사위들의 이야기는 눈물겨울 정도로 감동적이다. 이게 진정한 세계 화합이 아니겠는가.

이제 겨우 화해했는데, 막내 딸이 아프리카인과 결혼하겠다고 선포하면서 또 한 번 위기가 닥쳤다. 세 자매 모두 국제결혼을 한 탓에 클로드가의 유일한 기대주가 된 막내딸은 과연 무사히 결혼할 수 있을까. 16일 개봉하는 영화 '컬러풀 웨딩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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