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업계 'M&A' 이슈에 미묘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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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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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결정된 가운데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조선과 철강업종에서 인수합병(M&A)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수합병 특성상 득실이 최우선인 만큼 이해 주체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세아그룹은 2차 가공업체인 동부특수강 인수를 위해 각 계열사별로 자금조달 규모를 파악하는 등 인수전에 앞서 만반의 준비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동부특수강 인수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T/F(테스크 포스)를 구성하고 인수 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확인 등에 나선 상태다.

동부특수강 인수를 두고 두 업체 간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철강업계는 상생을 두고 양사간 동상이몽을 꾸고 있고, 그를 바탕으로 신경전 양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가 바라보는 양측의 논리는 이렇다. 우선 세아특수강이 점유율 2위인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세아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세아특수강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냉간압조용선재(CHQ), 마봉강(CD bar)을 주력으로 생산하며 국내 점유율은 각각 41.6%, 43.1%에 달한다. 즉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국내 특수강 시장은 세아쪽으로 완전 굳혀지게 된다.

반대로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 한다면 일관 생산체계가 완성되나 제품들이 모두 현대차 계열로 납품돼 시장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기존에 거래를 해오던 2차 가공업체들이 납품처를 배앗기면서 다른 2차업체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논리다.

정작 동부특수강은 큰 동요없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부특수강측은 두 회사 어디로 가도 괜찮다는 인식이 높아져 있다”면서 “급여수준이 세아와 현대에 비해 턱없이 낮았던 만큼 직원들도 큰 동요 없이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합병 또한 이슈의 중심에 놓인 상황이다. STX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부실덩어리인 STX를 처분하기 위해 성동조선해양과의 합병을 추진중에 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의 저가수주 경쟁을 이유로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산업은행측이 언론을 앞세워 집요하게 M&A를 종용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는게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측도 최근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이 큰 STX를 인수 할 경우 자칫 동반추락 가능성이 있어 ‘어불성설’이라는 시각이다. 즉 앞서 현대제철과 세아특수강처럼 기업 대 기업간의 대립이 아닌 채권은행들이 대립각을 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또다시 채권단의 월권행위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현재 모든 산업계가 속칭 ‘쩐주(錢主)’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은행측의 이같은 무리수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그간 거듭해온 찍어누르기식 행정이 다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의 합병설은 이해득실을 따져봐도 전혀 긍정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잇따른 부실 지적을 받고 있는 STX를 하루빨리 버리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조선업계의 정상화를 원하고 있는지 먼저 이야기를 꺼네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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