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가 글로벌 면세점으로 성장 못하는 이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8-07 19:4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중소기업 우선 정책에 멍드는 글로벌 경쟁력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국내 면세점이 규제에 가로막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국가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면세점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대기업 면세점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면세 시장 규모는 세계 1위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잘못된 규제라고 토로하고 있다.

◆ 중소기업 살리려다 해외 기업만 이익

지난해 10월 세계2위 면세점 듀프리는 김해공항 면세점 DF2 구역 운영권을 따냈다. 면세점 전체 면적의 약 40%를 차지하는 이 구역은 정부의 규제로 대기업을 배제한 중소기업에게만 입찰 자격이 주어졌다.

듀프리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유)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를 설립,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중소기업 확인서를 받았다. 중소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규정에 소규모 국내법인을 내세워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롯데·신라 면세점 등 국내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외국계 기업에게 사업권을 뺐긴 꼴이 됐다.

현재 대기업 면세점은 총 점포 수의 60% 이상을 할당 받을 수 없고, 중소기업은 20%를 할당 받게 돼 있다. 여기에 현재 국회에서는 대기업 면세점 제한 기준을 점포수가 아니라 면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에 따르면 면적기준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 50%, 중소기업 30%, 관광공사와 지방공기업 20%로 각각 면세점을 할당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개정안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강제로 폐쇄되는 중견기업과 대기업 매장이 늘게 된다. 이에 따른 종업원들의 실직도 불가피해진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중요하지만 대기업 면세점에 대한 규제가 과연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우선 면세산업이 활성화 돼야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제품도 많이 팔리는데 크기도 전에 싹을 밟으려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면세 시장 규모는 6조3000억원이다. 3위인 중국(3조6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 시장은 매년 10% 안팎씩 성장하는 데 반해, 중국은 최근 3년 동안 평균 60%씩 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규제로 발을 묶을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지원이 오히려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업계는 "정부가 입찰 자격 제한을 대기업·공기업에만 적용해 면세점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은 업체들이 입찰에 대거 참여, 낙찰가만 뛰는 등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 안 보고 규제만…진정으로 상생하는 법 찾아야

면세점은 외화 획득과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해 1962년 김포공항 출국장에 처음으로 설치됐다. 1980년대 들어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각종 국제행사 유치에 따라 총 30개가 넘는 기업이 면세점을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1990년대 외환위기 등 경제상황 악화로 면세점들의 폐업이 속출했다. 한진과 AK 같은 대기업들도 경영 악화로 각각 2003년과 2010년 면세점 특허를 반납한 바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대기업의 면세점 사업을 잇따라 규제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재의 시장상황은 시장 경쟁 체제 안에서 재편된 것이다.

관세청은 2012년부터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내면세점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신청한 11개 기업 중 4곳이 반납했다. 중소기업들의 면세점 운영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면세점 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산업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3300㎡의 면세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테리어, 물품 구입 및 재고 관리, 물류 및 전산 구축 등 초기 투자비가 최소 420억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직원 고용, 보세화물 관리 및 인도업무, 재고관리 등 살펴야 할 것들도 많다. 면세점은 해외 브랜드를 직접 매입해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다. 반품이 불가하고 모든 재고를 사업권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재고물량만 5000억원 규모다. 또 최소 6개월 전에는 상품을 주문해야 하는데 엔저나 북핵 등의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해 수지 맞추기가 힘들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상품 구색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상품 구성조차 힘들다. 해외 명품 브랜드 A사의 CEO는 국내 대기업 회장이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을 정도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을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고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환경에서 관세법 개정안이 통과돼 면세점이 중소기업에 강제 할당되면 사업권 반납 사례처럼 면세산업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면세사업은 중소기업이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 면세점에 대한 규제 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진출 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면세점 역할을 정립해 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면세 사업자들이 수입 고가 브랜드에 의존하지 말고 경쟁력 있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취급해 제조업체와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산품 매출은 매년 30% 이상 증가하며 수입품보다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