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르포) "내 새끼, 살아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4-21 17:3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장봉현ㆍ강승훈(진도) 기자 = "빨리 가라앉은 배 안에서 내 아이를 끄집어내라." "십 수년을 품 속에 두고서 키웠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라고." "평생 물을 싫어했는데 안타까워서 어쩌나."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지 엿새째를 맞은 21일 진도 실내체육관. 잠시 수학여행을 떠나보냈다 혹은 평생 기억으로 남을 추억 여행길에 올랐다가 지금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이들의 가족들이 모였다.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자식들이 바다 아래에 있을 것이라 절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고 가족들은 언제나 돌아올까 뜬 눈으로 낮과 밤을 지새우면서 체력의 한계에 부딪혔다.

잠시 기대고 누운 차디찬 벽과 바닥이 마냥 편하다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사고 가족들은 더욱 예민해졌다. 잠수인력이 대거 투입되고 헬기, 선박이 동원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는 탓이다.

특히 해상에서의 더딘 수색ㆍ구조작업 현황이 대형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 이날 오후 한 30대 여성이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곧장 현장에 배치된 의료진이 체육관 한 복판으로 달려와, 응급조치와 함께 영양수액을 팔에 투여하며 긴박한 순간은 넘겼지만 이 여성은 오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흐릿해지는 자녀의 기억에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이불을 얼굴 위까지 푹 덮어썼다. 주위에서는 "지금의 처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흐느껴 우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실내체육관에 모인 이들의 얼굴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혹시나 웃는 얼굴로 달려올까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흐릿한 시선으로 시종일관 먼 곳을 쳐다봤다.

전날 이른 오전부터 간절히 고대하던 생환 대신 싸늘한 시신이 잇따라 인양되면서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미 데드라인을 넘긴데다 생존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팽목항 가족상황지원실 앞에 모인 30여명의 가족들은 "사고 발생 5일 만에 겨우 선체에 진입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면서 "사고 초기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 의지가 없었다"고 소리 질렀다.

실종자 명단에 포함된 안산 단원고 2학년의 한 학생 엄마는 "시커먼 바다 속에 있는 애들만 생각하면…"이라고 말한 뒤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날 합동수색팀의 선체 진입으로 오전 중에 6구의 시신이 추가 수습됐다. 그러자 팽목항 주차장에 마련된 실종자 신원 확인소는 고통의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선체 내에서 인양된 단원고 여학생의 시신이 팽목항에 들어오자 실종자 가족들은 "제발 우리 자식은 아니기를 바란다"며 오열했다.

입을 굳게 다물고 혹시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딸 이름이 들려오는 순간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울음소리 조차도 내지 못했다.

신원확인소에 안치된 학생들은 온 몸이 굳은 채 차갑게 식어 있었다. 부모가 "엄마, 아빠가 왔다"며 온 힘을 다해 흔들어도 차가운 주검으로 변한 아이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한 아버지의 울음은 그 고통의 크기와 슬픔이 주위에 그대로 전해졌다.

이 여학생의 아버지는 "우리 예쁜 새끼를 어떻게 키웠는데, 병원에 도착하면 영안실 말고 응급실로 가자. 잠깐 숨을 안 쉬는 것뿐이야. 응급실로 가서 치료 받으면 우리 딸 금방 일어나서 '아빠'하고 부를거야"라면서 숨죽여 울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