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중국비즈(8)] 13억 인구 "향수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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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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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향수.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한 사람의 영혼에는 그의 체취가 깃들어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체취를 발현하기 쉽지 않아 향수로 자신을 표현하곤 한다. 나만이 가질 수 있고 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향수를 찾는 이유다.

최근 들어 중국의 13억 인구도 점차 향수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중국에는 서양의 향수가 1980년대에야 비로소 수입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향수를 낯설어 하는 중국인이 여전히 대다수이다. 이에 따라 짙은 향기가 나는 향수보다는 가볍고 은은한 향수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유로모니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중국 향수시장 규모는 46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증가율은 2011년의 12%보다도 3% 포인트 밑돌았다. 중국에서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향수 소비량이 중국 경기둔화의 영향을 받은 것.

전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의 향수시장 규모는 전 세계 향수시장의 1%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한 향수 전문가는 미국인과 영국인의 1인당 연간 향수소비액이 각각 10달러, 33달러인 반면 중국 대륙인은 0.5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중국 내 향수 보급률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중국 내 향수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향수가 중국에서 블루오션 시장임을 보여준다. 향수 업계에서는 중국인의 소득 수준 제고와 함께 중국 향수 시장이 연간 20~30%씩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중국인들에게 향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민텔사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 소비자의 60%가 자신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향수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어 스타일리시한 외모를 가꾸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53%, 기능적인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소비자는 38% 였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고급 향수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중국에서 향수의 주 소비자층도 브랜드에 민감한 부유층이나 중산층이다. 이에 따라 값비싼 해외 명품 향수가 현재 중국 향수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향수 브랜드에 밀려 중국 본토 향수 브랜드들은 주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게 중국 향수시장의 현실이다.

유로모니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향수매출 상위 10위 기업을 살펴보면 모두 해외 명품 화장품 업체다. 우선 샤넬, LVMH, 코티가 1~3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은 각각 12.7%, 11.0%, 8.5%로 전체 향수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P&G, 로레알, 에스티로더, 메리케이, 버버리, 페라가모, 그리고 에이본 순으로 이들 외국 명품화장품 업체가 중국 향수 시장의 48.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향수가 일종의 패션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면서 향수 문화가 널리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들은 주로 오프라인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을 통해 향수를 구매하며 온라인 향수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향수 소매유통과 유통채널도 다양화되고 있다. 기존의 주로 향수 전문점이나 백화점에서 향수를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온라인이나 슈퍼마켓 등에서도 구매하고 있는 것. 민텔사에 따르면 향수 구매자의 46%는 전문점에서, 37%는 백화점, 35%는 온라인, 31%는 슈퍼마켓 및 대형마트에서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향수 시장에 진출할 때 향수병 포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인들이 향수를 구매할 시에 향수 용기도 중요한 역할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상하이 엑스포 개최 당시 프랑스 관에서는 프랑스관 모형을 본딴 용기에 담은 ‘퍼퓸 프랑스 파빌리옹’을 188위안에 1만개를 한정판으로 판매해 중국인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외제 점령당한 시장 '본토 3인방'의 굴기

외제 명품 향수가 중국 고급 향수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중국 본토 향수 브랜드들도 나름 자기만의 특색을 찾아가면서 중국 중저가 향수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본토 향수 대표 브랜드 ‘3인방’은 비비네보ㆍ성메이룬ㆍ베이리스다.

▲ 비비네보 “중국산 향수의 ‘중국꿈’ 이루겠다”
 
중국산 향수의 대표주자는 바로 광저우 톈잉(天盈)화장품 회사에서 만든 고급 향수 브랜드 비비네보(VIVINEVO)다. 비비네보는 Very, Ideal, Vogue, Innovation, New, Emotion, Value, Open의 줄임말로 “당신의 향기를 사랑하게 됐습니다”는 광고 카피로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비비네보 향수는 다른 여타 중국산 향수와 달리 고급 향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외국산 향수에 점령당한 중국 향수 시장에서 외국산 향수에 도전장을 내민 것.

현재 비비네보는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ㆍ선전ㆍ충칭ㆍ칭다오ㆍ우한 등 중국 각 도시 백화점 100여곳에 입점해 있고 전문 판매매장만 2000곳에 달하는 등 중국 국내 80%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비비네보는 중국 각 도시 향수소비를 연구하고 조사 마케팅 포럼을 통해 중국인의 향수 소비성향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비비네보를 생산하는 광저우 톈잉화장품 웡전궈(翁振國) 사장의 꿈은 "향수계의 중궈멍(중국몽)"을 실현하는 것이다.

톈잉화장품은 고급 향수 브랜드 비비네보 외에 랑진(郞金), 메이둔(美頓)이라는 2개 중저가 향수 브랜드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랑진은 주로 젊은 화이트칼라족, 대학생을 겨냥한 것이고, 메이둔은 천연 과일이나 꽃향을 소재로 천연향기를 강조하는 향수 브랜드다. 톈잉화장품의 2012년 매출액은 3000만 위안 정도로 중국 본토 화장품은 가장 높은 향수 판매량를 자랑하고 있다.

▲ 성메이룬, "글로벌 향수제조사 인수한다"
 
성메이룬(聖美倫 세인트멜린)은 프랑스 A&P 회사가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난징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성메이룬은 베이징의 이샤(億莎), 상하이 이팅(奕婷) 등 화장품 전문매장 2000여곳에 입점해있다. 근거지인 장쑤성을 중심으로 산둥ㆍ안후이ㆍ허난ㆍ허베이 등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중국 향수시장에서 걸음마 단계에 위치한 성메이룬은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포장이나 향수원료, 제조기술 등 방면에서 낙후돼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이에 따라 성메이룬은 향후 중국 국외 향수 생산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향수 브랜드 수준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성메이룬 저우신강(周信鋼) 회장은 "회사 전체를 인수하면 기술을 비롯해 모든 것을 전수받아 우리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최근엔 글로벌 향수업체 공세에 밀려 성메이룬은 향수 단일품목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 스킨, 로션 등 기초 화장품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으며 화장품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베이리스, "25년 역사의 향수"
 
베이리스(貝麗絲 프레스티지)는 중국 향수 시장에서 가장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보이는 향수다. 지난 1988년 2월 설립돼 25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향수 브랜드다. ‘원 퍼퓸’이 주력제품이다.

베이리스는 과거에 잘 나갔지만 최근 들어서 상품군이 다양하지 못해 성장세가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과거 베이징 시단 쇼핑센터나 중고급 백화점에 입점했으나 최근엔 글로벌 명품 향수 브랜드에 밀려 3,4선도시 쇼핑센터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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