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중이 곧 '감격시대' 신정태…김현중의 10년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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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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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이 '감격시대'를 통해 한 뼘 성장했다.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한 것은 물론이고 수컷 냄새까지 제대로 풍기며 소년에서 상남자로 변신했다. 스스로도 "예전에는 남자인 척하는 김현중이었다면 이제는 진짜 남자, 어른이 됐다"고 자평했다.

지난 3일 종영한 KBS 수목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시대'(극본 박계욱·연출 김정규·이하 '감격시대')는 주인공 신정태의 인생역정이자 그를 연기한 김현중의 이야기였다.

'감격시대'가 끝난 직후여선지 지난 5일 서울 소격동의 카페에서 만난 김현중의 모습은 말투와 눈빛, 행동과 생각까지 신정태 그대로였다.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신정태로 살았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신정태를 보내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사실 김현중의 이런 모습은 '감격시대' 이전 TV를 통해 보여지던 그와 많이 다르다. 과거 김현중은 다소 엉뚱하고 독특해 남과 다른 세상에 사는 듯 '4차원' 캐릭터를 구가했고 지나치게 솔직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매사에 차분했고 천천히 생각을 곱씹으며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았다. 솔직함은 여전했지만 말 마디마디에 신중을 기했다.

김현중은 그 작지 않은 변화의 계기로 신정태와의 만남을 꼽았다. "신정태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단순히 대본을 외우고 대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신정태의 삶을 이미지 메이킹해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죠".

웃음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신정태가 감정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이유를 묻자 "정태는 어렸을 때부터 고아로 자랐고 뒤늦게 알게 된 아버지, 또 사랑하는 여자를 잃게 돼요. 짧지 않은 인생에서 슬픈 기억밖에 없기에 옅은 미소 정도로 가장 행복한 감정을 표현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감격시대'는 방송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되는 잡음으로 시끄러웠다. 15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투입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거듭된 출연료 미지급 논란, 제작진의 촬영 거부 움직임, 일상이 된 쪽대본, 출연자의 겹치기 출연 비난이 예상치 못한 악재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김현중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만큼은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성숙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현중에게 쏟아진 호평이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어린 여성팬들이 많았던 김현중은 '감격시대'를 계기로 아저씨 층까지 사로잡았다. 오랜만의 시대극이자 남자 드라마였고, 김현중의 에너지를 오롯이 쏟아부은 결과였다.

정작 본인은 '재발견'이라는 수식어에 겸손했다. "연기가 늘었다는 말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기분이 좋지도 않다"면서 이내 애써 호평을 외면하는 이유를 밝혔다.

"호평에 귀를 기울이면 제가 들뜰까봐 그런 말(재발견)이 싫었어요. 4년 만의 작품이고 제가 그려야 할 큰 그림이 있는데 들뜬 마음으로 임하면 그 로드맵이 무너질까 봐 겁이 나서 무덤덤하게 제가 할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연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발음도, 호흡도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 곧 마음이었다. "작품 전에는 걱정이 앞서 이런 저런 준비를 많이 했어요. 최근 발음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 연기는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소리가 뭉그러지고 발성이 좋지 않아도 해결 방법이 있지만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연기하는 건 대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일인 거죠."
 

[사진=남궁진웅 기자]


촬영하면서 현장이 주는 에너지는 김현중이 '시라소니' 신정태의 삶을 살게 하는 힘이 됐다. 집이나 학원에서 연습을 통해 배운 게 아니라 현장에서 숨 쉬고 느끼면서 '연기의 존재'를 체화한 것이다. 또 한 가지를 꼽자면 극단에서의 생활이다. 거친 싸움꾼 신정태를 맡은 그는 기존의 김현중을 없애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고, 한류스타라는 마음가짐을 벗어던지고 한 달 가까이 극단에서 살았다. 신정태 복장을 하고 극단에서 생활하며 한류스타 수식어를 지우려고 노력했다.

그곳에서 배운 것 역시 '사람'이었다. 카메라 장비가 아무리 발달해도 영상에 혼을 담아내는 것은 촬영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연기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좋아진다고 해도 사람의 감정을 카메라로 다 담아내지는 못하잖아요. 그 미세한 떨림, 호흡이 맞아야 최고의 연기가 나오는 걸 온몸으로 깨달았어요. 또 '감격시대'를 찍으면서 좋은 배우들을 만났습니다. 연기라는 앙상블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받았죠."

'사람다움'이라는 연기철학을 확고히 하는 데에는 특히 배우 조달환(풍차 역)의 도움이 컸다. 함께 술을 마시며 "연기는 아무리 해도 답이 안 나온다"고 푸념하자 조달환은 "연기를 잘하려고 하지 마라. 사람답게 해라"라는 조언을 건넸다. 

"그 말에 큰 자극을 받았어요. 사람다운 연기, 희망을 주는 연기를 하자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지난 2005년 보이그룹 SS501로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김현중은 어느새 데뷔 10년 차가 됐다. "오랜 기간 이 일을 하다 보니 열정으로 덤볐던 처음과는 다르다"면서도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됐다"며 감회에 젖었다.

"10년 전에는 지금의 모습이 상상조차 되지 않았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성격도 변하고 온순해졌어요.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장한 느낌입니다."

노래와 연기를 제법 성공적으로 병행하는 그이건만 두 분야 모두 어렵기만 한 숙제란다. "아무리 연습해도 끝이 없는 싸움이에요. 수천 년 전부터 있었던 게 음악과 연기잖아요. 지금도 사람들이 계속 찾는다는 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거고요. 제가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내년 입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김현중은 다음달 새 앨범을 발매한 뒤 전세계 팬들을 만나기 위해 월드투어에 나선다. 올해 나오는 앨범이 댄스가수로서 마지막 앨범이라며 "스스로 30세까지만 댄스곡을 소화하자고 약속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팬들은 아쉬워할 수 있지만, 댄스곡이 너무 재미있어서 못 빠져나올까봐 내린 결정이에요, 하하. 솔직히 저에게 춤과 노래에 관한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많이 노력했고 그만큼 후천적으로 얻어낸 결과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는 힘들다고 봐요, 무대에서 헐떡이기 전에 마침표를 찍으려고요."

김현중은 끝으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연기를 통해 시청자가 힘을 얻는 배우가 되기를 희망했다.

"슬픈 연기가 '슬픔'이라는 감정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저렇게 힘든 사람도 사는데 나도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시청자 여러분께 드리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이고 바람입니다."

'꽃보다 남자'에서 "바람과 하얀 천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호언하던 '지후 선배'는 어느새 한 시대를 풍미한 '시라소니' 신정태로 변했다. 대표작이 '꽃보다 남자'에서 '감격시대'로 옮겨간 김현중, 그의 다음 작품에 믿음을 예약해도 될 성 싶다.


◇ 김현중은…

김현중은 지난 2005년 아이돌그룹 SS501의 리더로 데뷔한 가수 출신 연기자다.

싱글 앨범 'SS501'을 들고 대중 앞에 나선 SS501은 단번에 국내 최정상 아이돌 자리에 올라 'Never Again', '경고', 'Snow Prince', 'Unlock', '겁쟁이', '4chance', 'everything'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남겼다.

데뷔 연도인 지난 2005년 SBS 가요대전 남자신인상, Mnet KM 뮤직 페스티벌 신인그룹상, MBC 10대 가수가요제 남자신인상 등을 거머쥐었다. 이후에도 2008년 제5회 아시아송페스티벌 아시아 최고가수상과 제22회 일본 골든디스크대상 더베스트10 뉴 아티스트상, 2009년 제18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본상, 한류특별상, 2009 야후! 아시아 버즈 어워드 아시아 최고 그룹상 등 국내외에서 화려한 수상을 계속했다.

하지만 2010년 김현중이 DSP미디어와의 계약 만료 후 소속사를 키이스트로 옮기며 배우와 솔로 활동에 매진, SS501은 사실상 해체됐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캐스팅되며 연기에 발을 들인 김현중은 '장난스런 KISS',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감격시대' 종영 후 휴식을 취한 뒤 오는 6월 솔로 앨범 발매와 함께 월드투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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