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도, 적군도 없다"... 금융·테크기업 가상자산 경쟁·협력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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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5-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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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시장연 '가상자산 사업 위한 금융·테크기업 경쟁, 협력 가속화' 보고서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결제 서비스에 가상자산을 접목하거나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을 도입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가운데, 가상자산 수탁, 자산관리 서비스, 투자상품 출시를 위해 금융사와 협력에 나서고 있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가상자산 사업화를 위한 금융회사와 테크기업의 경쟁과 협력 가속화'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테크 기업들은 기존 자사의 서비스에 NFT를 도입하거나 결제 서비스를 선두로 가상자산을 추가하며 금융서비스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메타(옛 페이스북)는 금융 사업부문인 메타 파이낸셜 테크놀로지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체 가상화폐 ‘저크벅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트위터는 후원 서비스 ‘팁스’에 가상자산 송금 기능을 넣었다. 지난 1월에는 NFT와 관련한 기능을 추가했고, 4월에는 간편결제 기업 스트라이프와 협업해 트위터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USDC로 결제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구글은 지난 1월 디지털카드로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결제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외 다른 주요국 기술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 이커머스 기업 쇼피파이는 300개 이상의 가상자산을 결제 수단으로 채택했고, NFT 마켓 플레이스도 선보였다. 일본 1위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은 지난해 3월에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고, 지난 2월 자체 NFT 마켓을 출시했다. NFT 발행과 판매, 개인간 거래 서비스를 지원한다.
 
빅테크 기업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 가상자산 기술 협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3월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컨센시스에 투자했다. 컨센시스는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을 공동 개발한 조셉 루빈이 이끄는 회사로, 이더리움 생태계 내에서 탈중앙화 앱(디앱)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한다. 구글은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디지털에셋, 블록앱스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최근에는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백트, 코인베이스와 손잡고 구글페이와 직불카드를 연동한 가상자산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가상자산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설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월 디지털자산 팀인 ‘구글 클라우드 디지털애셋’을 신설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트위터도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전담 조직 ‘트위터 크립토’를 출범했다. 업계에선 트위터가 블록체인 기술 개발, 가상자산 사업 본격화를 위해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기존 금융서비스에 가상자산을 결합한 신규 사업모델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US뱅크와 피델리티, 노무라는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도이치뱅크, 골드만삭스, 스테이트스트리트 등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펀드 투자를 중개하고 있다.
 
미국 일부 은행에선 가상자산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소매 금융서비스도 선보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글로벌 투자은행 최초로 비트코인 담보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뱅크도 가상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관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투자자산의 영역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 4월 피델리티는 개인 퇴직연금 계좌의 최대 20%를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고, 골드만삭스는 비상장 가상자산 옵션거래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테크기업과 금융사들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이 활발하다. 네이버는 계열사 플랫폼의 서비스와 NFT를 연동해 가상자산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카카오는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블록체인, 핀테크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투자를 통해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양측이 협력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월 KT와 지분투자 및 업무협약을 맺고 NFT 기반의 가상자산 발생, 거래플랫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해 NFT를 발행하고 조회하는 기능을 선보이거나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카카오와 NFT 등록, 조회 서비스를 출시한 게 그 예다.
 
다만 국내 금융사는 제도적으로 가상자산 사업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지분투자,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앞세워 정부에 “공신력 있는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은행법상 은행의 부수업무에 가상자산업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한국산 코인 테라USD(UST), 루나 폭락 사태는 금융사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특정 자산에 가치가 연동된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가 깨진 만큼, 라이선스를 받은 금융회사에만 가상자산 서비스 일부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안정감독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은행에 한정하는 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일본 금융청 또한 지난해 말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은행과 송금 대행업체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최근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안정성에 위해를 줄 수 있으며, 적절한 규제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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