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된 줄 알았더니" 보증기관 신용정보 돌려보기 만연…소상공인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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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0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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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별 보증기관, 대위변제 반영구보전 문제…당국 "제도 개선"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경기침체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늘고 있지만, 재창업을 위한 추가 보증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신용보증기관들이 과거 채무 불이행 기록을 공유하고 있는 탓이다.

개별 보증기관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채권·채무 기록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모든 신용보증기관이 이를 공유하면서 보증 거부의 빌미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들은 법원의 면책을 받은 대위변제 기록을 반영구적으로 보존하면서, 보증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대위변제란 채무자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보증서를 발급한 보증기관이 채무를 대신 갚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보증기관들이 대위변제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보는 기술보증기금과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대위변제한 기록이 있는 채무자를 보증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른 보증기관도 마찬가지다.

신보 관계자는 “정부 재원을 지원받고 있는 만큼 부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빚을 갚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며 “보증서 발급시 고객 동의서를 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 보증기관에 채무 불이행 기록이 남으면 다른 모든 보증기관을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파산을 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자활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당한 뒤 식당을 개업했다가 파산에 이른 경험이 있는 김희철(가명)씨는 일용직으로 전전하다가 최근 재기를 위해 지역 신용보증재단을 찾았지만 보증서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경북신용보증재단에서 발급한 보증서로 은행 대출을 받았다가 사업이 망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고 면책을 받았다”며 “9년이 지나 대구신용보증재단에서 다시 보증을 받으려고 했지만 대위변제 기록 때문에 거절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를 제대로 변제하지 못한 건 잘못이지만 이를 빌미로 모든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것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위변제 기록의 보존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도 있다. 법원의 파산 및 면책 기록은 공공정보로 분류돼 은행연합회로 집중된 후 5년이 지나면 삭제되지만 면책을 받은 대위변제 기록은 7년 동안 보존된다.

이마저도 은행연합회 전산에서만 삭제될 뿐 개별 보증기관은 해당 기록을 반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있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증을 받는 사람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위변제 기록 등의 신용정보를 관리할 수는 있다”면서도 “기록만 가지고 보증 여부를 판단하지 말고 다양한 심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게자는 “대위변제 기록 공유는 보증기관 간의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기록 공유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지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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