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제로'에 뿔난 대한항공 노조..."송현동 부지 공원화는 공권력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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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20-06-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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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 죽겠는데 헐값매입 웬말이냐. 서울시 인허가권 악용으로 노동자는 죽어난다."

대한항공 노동조합 50여명은 11일 '단결', '투쟁'이 쓰인 빨간 머리띠를 둘러매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모여 이같이 강조했다. 이들은 "회사가 사유재산을 매각해 유휴자금을 마련,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꾀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공권력을 남용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가 최근 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3만6642㎡ 규모의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 옆에 위치해 이른바 '금싸라기 땅'으로 여겨진다. 대한항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이 땅을 매입해 호텔 건립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뒤 공터로 남겨뒀다. 

서울시는 이 부지의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하고 이를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이 같은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있는 만큼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최소 5000억원 이상에 매각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서울시는 시세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하는가 하면, 그 대금조차 2년에 나눠 지불하겠다고 한다"며 "대한항공 2만여 노동자가 뼈를 깎는 고통으로 생존권을 사수하는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이 발표되며 실제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은 차질을 빚고 있다. 대한항공의 부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전날 마감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에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예비 입찰 단계인 만큼 입찰 의향서(LOI)를 내지 않아도 본입찰에 응할 수는 있지만 업계에서는 본입찰에도 선뜻 나서는 곳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노조는 "당초 5~6개 기업이 관심이 있었는데, 서울시의 공원화 조성 계획이 밝혀지며 사업이 안될 것을 우려해 입찰을 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다음달 박원순 서울 시장을 만나 노조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만 2년 이상 근속한 객실승무원을 상대로 장기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간의 장기 무급 휴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운항률이 20%대에도 못 미치는 데다 이달들어 미주·유럽 노선의 운항을 일부 재개하기는 했지만 아직 여객수요 회복 및 노선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객실승무원을 상대로 이 같은 장기 무급 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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