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벼랑 끝 압박'을 통해 대미·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 일자를 발표한 지 13시간 만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발사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10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과 신형 방사포 등을 발사해온 북한이 SLBM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북·미협상을 앞두고 추가 도발을 감행, '몸값 높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북극성-3형' 시험발사의 성공을 알리며 "이번에 진행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발사의 성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외부세력의 위협을 억제하고 나라의 자위적 군사력을 더한층 강화하는 데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한 중대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7년 8월 '북극성-3형'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2년여 만에 실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이 4일 예비접촉과 5일 실무협상을 앞두고 방위력을 과시한 것은 협상 재개 직전 대미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9일 북·미 실무대화 개최 가능성 발표 당시에도 바로 다음날(10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바 있다.
이번에 발사한 SLBM의 경우 특히 발사 징후, 지점 등을 사전에 알아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거리 미사일 등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무기다. SLBM은 또한 핵공격을 받은 후에도 핵으로 반격할 수 있는 2차 타격능력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잠수함의 잠항거리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의 추정 사거리를 합할 경우 괌의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포함돼 북한이 사실상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대화가 오랜 기싸움 끝에 재개되는 가운데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사전 경고로 풀이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쉽게 얘기하면 이번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얘기는 꺼내지도 말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부터 하라는 것"이라며 "이번 실무협상은 '스몰 딜' 정도로 합의하고 정상회담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에 미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내년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을 깨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SLBM 발사로 미국 내 대북 여론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협상을 이어나갈 명분을 잃을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탄핵 국면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세에 몰릴 경우 북한 문제에 관심을 거둘 수도 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국 국내 정치적 상황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이란 등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에 북한이라는 변수가 그렇게 중요할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급한 것은 북한"이라며 "한계에 다다른 북한이 무력 도발로 아우성을 치는 듯하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이번 발사에 대남 압박 메시지도 포함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우리 정부가 지난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하고 F-35A 스텔스 전투기를 공개, 자주 국방력을 과시한 데 대한 대응·반발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은 우리 당국의 F-35A 도입을 두고 "적대행위"라며 강렬히 비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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