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상화, 끄지 못했던 7개 알람…스케이트 벗고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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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9-05-1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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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결심한 뒤에도 아쉬움이 남아 7개의 알람을 끄지 못했다.”

 

[이상화의 눈물. 사진=김세구 기자 k39@]


‘빙속 여제’ 이상화의 하루 시계는 일주일처럼 돌아갔다. 매일 7개의 알람이 울렸다. 기상을 알리는 새벽 5시 첫 알람 소리에 눈을 떠나 마지막 훈련을 알리는 밤 9시 알람까지 쉴 새 없이 울렸다. 숨 막히는 그의 알람 생활이 이제 끝난다. 그의 스케이트 시계도 멈췄다.

이상화는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저 선수도 하는데 왜 난 못하지’라는 생각으로 훈련했다”며 “이런 생각이 안 되는 것을 되게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16일 눈물로 써내려간 은퇴 기자회견에서 그가 남긴 말이다.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단거리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벽을 허물었다. 비단길을 밟을 수 있는 쇼트트랙의 유혹도 뿌리쳤다. 이상화는 신체 조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켰고,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을 깨우기 위해 알람에 몸을 맡겼다.

결국 이상화는 세계 최고의 여자 단거리 스프린터로 우뚝 섰다. 36초36. 2013년 이상화가 세운 여자 500m 세계신기록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휘경여중 재학 시절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단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엄청난 부담과 기대 속에서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을 획득해 2연패를 달성했다. 또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제대로 뛰기 힘든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500m 은메달을 기어코 따냈다. 메달 획득조차 힘들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은 마지막 질주였다.

이상화가 끝내 스케이트를 벗었다. 은퇴 결심 후에도 알람시계를 끄지 못했던 그는 “이제는 알람을 꺼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며 빙상을 녹이 듯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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