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흑산도 공항, 설립 전부터 ‘유령공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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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신 기자
입력 2018-08-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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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선 수익성 의문, 활주로 짧아 신규기재 필요… 항공사 확보 어려울 듯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국립공원관리공단 입주 건물 앞에서 흑산도 주민들이 공항 건설 촉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도서 지역 공항 설립 추진 분위기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 공항들이 유령공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공항이 생긴 후 노선을 운항해야 할 항공사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울릉도에 오는 2022년까지 50인승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는 울릉공항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언급되던 흑산도 공항 건립 논의도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오는 9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회의에서 공항 건설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에 앞서 정치권과 지자체, 주민들이 공항의 필요성을 적극 역설하고 있다.

◆ "사업성이 없는데 굳이"

그러나 이와 관련해 항공업계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실제 울릉도와 흑산도에 공항이 생기더라도 항공사가 해당 노선을 운항해 수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도 공항과 흑산도 공항이 개항할 경우 운항 가능성이 있는 항공사는 50인 이하 소형항공운송 사업자들이다. 공항 부지가 소형항공기 전용 공항으로 개발되기 때문. 그러나 이 소형항공운송사업자들이 경영난을 겪으며 지속경영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50인승 항공기로 소형항공운송사업을 영위중인 사업체는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와 에어포항, 에어필립 등 세 곳뿐인데 모두 사업성을 입증할 만한 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도서지역 노선을 운영하는 데는 무리가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국내 3개 소형항공운송사업자는 모두 울릉도와 흑산도에 취항하기 위해선 별도의 항공기를 도입해야 한다. 에어필립과 코리안익스프레스에어는 브라질 엠브라에르사가 제작한 EMB-145EP를 운용 중이며 에어포항은 캐나다 캐나데어의 CL-600-2B19를 사용하고 있다. 모두 제트기종이기 때문에 1200m로 건설이 예정된 흑산도와 울릉도 공항에는 취항할 수 없다.

에어필립의 경우 홈페이지에 ‘향후 울릉도공항과 흑산도공항 개항 시 도서지역을 잇는 항공교통인프라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고 명시했지만 취항에 자신감을 내비치지 못하고 있다.

에어필립 관계자는 “현재 운항중인 제트엔진기를 이용해 취항할 수 없기 때문에 노선 투입을 위해선 프로펠러기종을 도입해야 하는데, 정비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리스크가 크다”며 “사업성이 있는지에 대해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지원 적극 고려해야"

결국 울릉도와 흑산도 공항이 개항하더라도 이 공항에 정기노선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세금지원 등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이 도서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손실을 감수하고 신규항공기를 도입하는 투자를 감행해 노선을 띄우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운항 항공사에 일정한 수익을 보전하거나 지자체가 대주주인 소형항공사를 설립해 지속적으로 운영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한 도서지역 공항에 노선이 투입‧유지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섬 공항의 수요를 확대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성을 떠나 국민 교통 복지 관점에서 섬 공항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항공수요를 확보할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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