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김산의 팔순 아들 "한민족의 새 여정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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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8-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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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영광씨 "한국은 내 조국, 남북 정상에 감복"

  • 文 직접 언급한 김산, 소설 '아리랑' 속 주인공

  • 고씨 "영화 제작 됐으면", 저자와 서신 왕래도

15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제73회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항일 독립운동가 김산의 아들 고영광(오른쪽 둘째)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


"올해 들어 남북 정상이 이미 두 차례나 악수를 나눴고 다음 달 세 번째로 회담을 한다죠. 한민족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겁니다. 매우 뜻깊고 현명한 일이죠."

15일 중국 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제73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난 백발의 중국인 노인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최근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 조성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는 미국의 여류작가 님 웨일스의 소설 '아리랑(Song of Ariran)'의 실제 주인공인 항일 독립운동가 김산(金山)의 아들 고영광(高永光·81)씨였다. 

올해 처음으로 광복절 경축식에 초청을 받은 고씨는 "영광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팔순이 넘은 고령에도 정정해 보였지만 함께 온 며느리 웨쥔야오(岳君瑤)씨는 내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고씨는 "남북 정상의 행보에 충심으로 감복했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산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준 한국 정부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부는 광복 60주년이었던 지난 2005년 김산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서훈했다.

고씨는 "늘 마음 속으로 한국을 나의 조국이라고 여기고 있다"며 "부친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준 것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항일 독립운동가 김산의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

◆文 대통령도 언급한 항일 혁명가

평안북도 용천 출신으로 본명이 장지락(張志樂)인 김산은 사회주의 혁명가이자 독립운동가로 항일 투쟁에 평생을 바쳤다.

1925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고, 1936년 조선민족해방동맹을 결성해 항일 운동을 벌였다.

김산은 1937년 당시 공산당 본부였던 옌안에서 님 웨일스와 만나 22회에 걸쳐 자신의 생애를 구술했다. 이를 토대로 1941년 미국에서 소설 '아리랑'이 출간됐다.

이듬해인 1938년 김산은 일본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33세의 젊은 나이에 처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방중 기간 중 베이징대 연설 과정에서 김산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이끈 대장정에 조선 청년도 함께 했다. 항일 군사학교였던 신흥무관학교 출신으로 광저우 봉기에도 참여한 김산"이라며 "그는 옌안에서 항일군정대학 교수를 지낸 중국 공산당의 동지"라고 표현했다.

고씨는 서른 살이 넘어 부친의 존재를 알게 됐다. 고씨 성은 어머니가 재혼한 남성의 성을 딴 것이다.

고씨가 태어났을 때 김산이 "조선 민족은 남에게 동정을 구하지 않는 민족이다. 장성하면 군에 들어가 민족 해방을 위해 투쟁하라"는 말을 남긴 것도 그 때 돼서야 전해 들었다.

1978년 공산당 중앙조직부에 직접 편지를 써 조사를 요구할 정도로 부친의 명예 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1983년 중앙조직부는 "특정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발생한 억울한 사건"이라고 발표하며 김산을 혁명 영웅으로 복권시켰다. 고씨와 그의 두 아들 역시 한족에서 조선족으로 정체성을 회복했다. 

고씨는 "1987년 1월 27일 당의 공식 발표가 나왔는데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아버지에 대한 잘못된 평가가 수정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산과 님 웨일스 '연인 관계' 아냐

고씨는 님 웨일스와의 몇 가지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님 웨일스가 김산을 인터뷰하며 사랑에 빠졌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씨는 "아버지는 혁명가로 엄격한 기율을 중시했다"며 "두 사람은 특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1981년 9월 고씨는 님 웨일스가 쓴 편지를 받았다. 그는 "두 사람이 서로 만나게 된 과정이 쓰여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님 웨일스는 아버지에 대해 '아들을 하나 두고 자신의 업적을 담은 전기까지 나왔으니 가치 있는 인생을 산 것'이라고 표현했다"며 "비극적 희생이라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고씨도 같은 해 11월 님 웨일스에게 답신을 보냈지만, 이날 편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김산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제작하려는 시도가 수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고씨 역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소설 내용에 기반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담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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