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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 특별한 자기 자신

배철현 서울대 교수(종교학)입력 : 2018-07-16 06:00수정 : 2018-07-17 16:49
요가수트라 I.24
 

배철현 교수(서울대 종교학)


정의
누가 당신에게 ‘당신은 누구입니까?’라고 질문한다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언급한다. 이름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쌓은 덕이 자신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녀)는 덧붙여 자신의 학력과 학맥, 고향과 그 연결고리들 혹은 부모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어떤 인간을 파악하는 데 절대적인 기준이 될수 있는가? 나를 정의(定義)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나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주어진 인연(因緣)들은 내가 스스로 삶의 주인이 돼 선택한 것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나는 남자였고, 한국인이었으며, 부모가 정해져 있었다. 나의 부모는 생각할 능력이 생긴 나이에 내가 서울이란 도시에서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났다고 알려줬다. 나는 내가 태어나고 활동하는 이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낸 거미줄과 같은 인연 안에서 연명하는 동물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런 정보들은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지만, 나에게 소중하지 않다. 내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객관적인 사실들의 무질서한 조합이 아니다. 나는 내가 열망하는 나를 위해 매일매일 스스로를 정의하는 수련자다. 요가는 인간 안에 존재하는 특별한 자신을 발굴(發掘)하고 발견(發見)하여 발휘(發揮)하려는 자들을 위한 수련이다. 요가는 자신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만들기 위한 훈련이다.


인간은 두 발을 디디고 땅에 살고 있지만 두 눈을 저 멀리 산 너머에 존재하는 원대한 자신을 열망하는 영적인 동물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그런 자신을 만들기 위해 위대한 개념을 창작하였다. 바로 ‘신(神)'이다. 인간은 신을 발견하고 오감으로 감지할 수 없는 세계를 상상하고, 그 세계를 현실로 전환시키는 힘을 얻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사후세계 혹은 윤회라는 생각을 만들어 지금 이 순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 영국의 스톤헨지, 이스터섬의 거대석상들은 상상력이 만들어낸 인류의 유산이다.

파탄잘리는 신을 특별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는 요가수련에 신이란 개념을 사용했지만, 그 신은 유일신 종교에서 말하는 그런 신이 아니다. 고대 인도의 주석자들은 신이 언급되는 '요가 수트라' I.23-29에 가장 많은 해석을 붙였다. 파탄잘리는 요가 수트라 I.23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신을 ‘이슈바라’, 즉 ‘자신의 삶을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주인’이라고 정의하고 요가 수트라 I.24에서는 이슈바라의 성격을 규정한다.

그는 신을 ‘푸루샤’라고 간결하게 정의한다. 그러나 신은 ‘특별한 푸루샤’라고 부연 설명한다. 신은 인간과는 달리 ‘윤회’의 쳇바퀴에서 벗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신은 윤회가 야기하는 다음 네 가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다. 파탄잘리는 ‘신은 누구이다’라고 정의하지 않고 ‘신은 누구가 아니다’라고 정의한다. 인간은 무한한 신의 속성을 유한한 이성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신을 자신의 가용한 어휘로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은 차라리 요가 수련을 하지 않는 인간들의 속성들을 열거한 후 신을 이 속성들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로 묘사한다.

요가 전통은 이슈바라라고 불리는 특별한 신의 존재를 소개한다. 이슈바라는 힌두교를 비롯한 전통종교에서 말하는 우주를 창조한 신이 아니다. 그런 신은 원초적인 물질로부터 우주와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을 창조한 신이다. 이슈바라는 요가수련에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자들에게 요가의 목표인 ‘삼매’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파탄잘리가 요가수트라 1장에서 언급한 이 특별한 신은 요가수련자를 도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전혀 다른 존재로 변모하는 과정을 촉진하고 관장하는 존재다.

이슈바라는 특정한 부류, 즉 요가수련자들의 신이다. 이슈바라는 요가 수련을 위해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자신에게 감동적인 미래의 자신을 지금 여기에서 수련하는 자를 돕는다. 이슈바라는 요가수련자들의 간절한 바람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녀)는 욕망이나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파탄잘리는 이슈바라를 특별한 푸루샤라고 정의한다.

푸루샤
인간의 깊은 내면에는 초월적이며 자주적인 원칙이 존재한다. 그것은 요가수련을 하지 않는 사람이 쉽게 떠올리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수련을 통해서 조금씩 그 모습이 완성되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다. 파탄잘리가 요가수련자들의 수련을 돕는 신을 힌두철학의 용어 푸루샤를 빌려 설명한다. 푸루샤는 흔히 ‘영혼’으로 번역됐다. 상키아철학과 요가철학에서 푸루샤는 기존에 존재하는 다른 신들이나 신들의 특성들을 초월한 신으로 ‘그것 자체’이며 ‘그것 자체를 알기 위해 오랜 명상을 통해 얻어진 깨달음 자체’다.

‘푸루샤’의 특징은 인간의 생각과 언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특징들은 긍정명제가 아니라 부정명제로 나열된다. 예를 들어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인간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명제로 대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5세기 인도 상키아학파 철학자인 이슈바라크리슈나(Iśvarakrṣna)는 푸루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푸루샤는 ‘관찰하는’ 존재다. 푸루샤는 동떨어져 있고, 무심하다. 푸루샤는 소극적인 관찰자다.” 7세기 개별인간과 우주의 원칙인 아트만이 하나라고 주장한 베단타 철학의 수장인 가우다파다(Gaudapada)는 푸루샤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푸루샤는 집착이 없다.” 더 이상 줄일 수도 없고 이름으로 불리지도 않는다. 만일 푸루샤가 어떤 일을 도모하는 주체가 된다면,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의 일부가 된다.
 

'군테스트룹 솥' 요가수련하는 자세를 취한 수련자가 뿔 모양의 왕관을 쓰고 짐승들에 둘러싸인 채 좌정하고 있다. 트리키아에서 발견된 유물로 인도 모헨조다로의 '파티파슈' 인장과 유사하다(기원전 200년~기원후 300년, 덴마크 코펜하겐 국립박물관 소장).  [사진=배철현 교수 제공]


요가수트라 I.24
파탄잘리는 요가수트라 I.24에서 요가수련의 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클레샤 카르마 비파카 아샤야이흐 아파람리슈타 푸루샤 비세샤 이슈바라흐(kleśa karma vipāka-āśayaiḥ-aparāmr̥ṣṭaḥ puruṣa-viśeṣa īśvaraḥ)." 이 문장에 대한 해석은 이렇다. “신은 특별한 자신이다. 그(녀)는 요가 수련을 장애물들이나, 행위나, 행위의 결과나 잠재적인 성향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요가수련의 신인 이슈바라는 인도철학에서 말하는 푸루샤이지만 전적으로 그 푸루샤가 아니라 특별한 푸루샤다. 파탄잘리는 ‘특별한’이란 의미를 지닌 산스크리트 형용사 ‘비세샤(viśeṣa)'로 푸루샤를 부연 설명하였다. ‘비세샤’는 ‘정지하다, 머물다’라는 의미를 지닌 산스크리트어 동사 ‘쉬스(śiṣ)'에 부정의미 접두어 ‘비(vi)'를 첨가하여 만든 단어다. ‘특별함’은 객관적이며 고정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이 역동적이다. 파탄잘리는 그런 특별함을 다음 네 가지에 의해 ‘영향 받지 않기’ 때문이다. 파탄잘리가 ‘영향을 받지 않다’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는 ‘아파람리스타흐’다. 이 단어는 ‘만지다, 영향을 주다’라는 동사 ‘므르슈(mrś)'의 과거분사형, ‘초월하다; 넘어서다’의 의미를 지닌 접두어 ‘파라(parā)', 그리고 부정을 의미하는 접두어 ‘아(a)'의 합성어다. ‘아파람리스타흐’는 ‘인간의 오감을 초월해 절대로 영향을 받을 수 없는’이란 의미다.

요가수련자의 신인 이슈바라는 다음 네 가지에 의해 영향 받지 않는 특별한 존재다. 첫 번째, 요가의 신인 이슈바라는 ‘방해물(kleśa)'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파탄잘리는 요가수련자가 삼매경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무식·자아·집착·혐오 그리고 삶에 대한 애정이다. 이 방해물들은 인간이 태어날 때 환경이 운명적으로 부여한 걸림돌이다. 요가를 수련하지 않는 자들은 이 걸림돌을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패막이라고 착각한다. 두 번째, 이슈바라는 ‘행위(karma)'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 ‘행위’는 단순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그런 행위를 반복하게 만들어 습관으로 고정되게 만드는 반작용(反作用)까지 포함한다.

세 번째, 이슈바라는 ‘과거의 의도적인 행위’와 반복된 행위의 결과로 나의 생각, 말 그리고 행위에 끼치는 영향의 ‘결과(vipāka)'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결과’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 단어 ‘비파카’는 ‘요리하다, 숙성시키다’라는 의미를 지닌 동사 ‘파츠(pac)'에서 유래했다. 잘못한 행위의 반복이 숙성시켜 자신의 일부가 된 성격이다.

네 번째, 이슈바라는 ‘잠재적인 성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파탄잘리는 인간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행위의 미세한 흔적까지 언급한다. 인간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어떤 잘못된 말이나 행위를 저지르는 이유는 그의 기억의 심연에 그런 행위를 유발하는 찌꺼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슈바라는 이 네 가지의 영향으로부터 벗어한 특별한 자신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특별한 자기자신을 만들기 위해 여기 이 순간에서 수련하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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