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조어] 당신은 '화이트불편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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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18-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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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017년 8월 강원도 철원에 있는 육군 모 부대 사격장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 사고와 관련된 청원글이 올라왔다. 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이찬호 병장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던 정부가 전역 후에도 계속해서 치료비를 지원해줄지 여부가 불분명해 이 사병이 전역을 미루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다. 

해당 청원글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 병장의 사연이 알려지자 '#이찬호 #자주포폭발사고' 해시태그 운동이 전개됐고, 여론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 30만명이 정부 대응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이 병장을 국가 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의 힘이 작용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국가보훈처는 '이 병장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마쳤다'는 답변을 내놨다. '화이트불편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화이트(white)'+'불편(不便)'+'er(~하는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을 합친 '화이트불편러'는 사회의 부조리를 견디지 못하고 불의를 볼 때마다 정의롭게 나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공감을 이끌어내 여론을 움직이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별것 아닌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고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논쟁을 부추기는 '프로불편러(pro+不便+er)'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화이트불편러는 누군가 불편해하면 그 모습에 공감하며 '옳지 않은 것'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실천으로 옮긴다. 2009년 흐지부지됐던 '고(故) 장자연 사건' 역시 '다시 수사해달라'는 20만명의 목소리가 모여 9년 만에 '재수사'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물론 일각에서는 '불편러가 다 똑같지'라고 정의 내리고,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으면 "너 프로불편러 아니냐"며 매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이의를 제기하고 잘못에 대해 제대로 비판할 줄 아는 사람들을 프로불편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들 또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화이트불편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표현하는 데 있어 악의를 드러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신 또한 사람들이 '불편'해 할 프로불편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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