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MB 지시로 수심 결정"… 당초 대운하 목적으로 추진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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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8-07-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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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졸속…환경부 기간 절반 단축

  • 水公, 정부 압박에 4대강 사업비 8조 자체 조달…4조 손실

충남 부여군 금강 백제보 모습. 정부는 지난해 6월 1일 4대강 보 수문을 개방해 녹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4일 이명박 정권 때 추진된 4대강 사업에 대한 네번째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은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부터 수질개선대책, 이후 공사 집행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관계 부처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해 수시로 지시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때 내세운 핵심 공약으로, 서울부터 부산까지 총 연장 553km의 대수로를 만드는 사업이다.

문경새재 부근 조령에 20.5km의 터널수로를 건설하고, 남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화물을 바지선으로 운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취임식도 하기 전인 2008년 1월에 최측근인 장석효 한반도대운하 TF팀장(전 서울시 부시장)은 건설사들을 불러, 경부운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구체적으로 대운하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8년 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대운하 논란까지 불거지자, 결국 그해 6월 19일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국토해양부의 대운하 준비단은 해체되고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포기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두 달 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하천정비사업을 해보자”고 4대강 정비 사업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그해 11월 28일 확대비서관회의에서 “4대강 정비 사업이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 정치권의 논란에 휘둘리지 말고 빨리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채근했다.

이에 국토부는 13조9000억원이 소요되는 4대강종합정비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전 대통령은 “보를 설치해 수자원을 확보하고,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5∼6m로 굴착하라. 장석효 한반도대운하TF팀장의 용역자료를 마스터플랜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2009년 2월 국토부는 최소수심 6m는 사실상 운하와 마찬가지라고 보고, 이 전 대통령에게 “최소수심 2.5∼3m면 홍수예방이나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고, 추후 3∼4m만 추가 준설하면 운하 추진도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국토부는 준설과 보 설치만으로는 수자원 확보의 근본 대안이 안 된다고 봤으나, 장관이 ‘그런 내용을 어떻게 보고하느냐’고 해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또 최소수심 2.5∼3m면 홍수예방이나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고, 추후 3∼4m만 추가 준설하면 기술·경제적 어려움 없이 운하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보고 당일 최소수심을 3∼4m로, 다음 날 다시 4∼5m로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또 다시 그해 4월에는 “낙동강의 최소수심을 6m로 하라”고 지시했다.

환경부는 2009년 3월 대통령실에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설치하면 체류시간이 늘어나 조류가 발생하는 등 수질오염이 우려된다고 보고했으나, 청와대는 '조류와 관련된 표현을 삼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또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수질개선대책을 시행해도 4대강 사업 후 16개 보 구간 중 9개에서 조류농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접했지만, 이를 공론화하거나 추가대책을 검토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대통령의 지시가 어떤 근거로 산정됐는지, 지시내용이 타당한지 기술적인 분석을 하지 않은 채 낙동강의 경우 최소수심을 6.0m로 변경해 당초 계획보다 준설 규모를 3배 가까이 늘렸다.

특히 16개의 대형보를 설치하는 쪽으로 규모를 확대, 사실상의 대운하 안인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환경부는 사업 완공을 1년 앞당기라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4대강 사업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를 각각 2개월, 4개월 만에 졸속으로 마무리했다.

4대강 사업 재원 조달의 경우 국토부는 당초 한국수자원공사에 2조8000억원을 투자하면 국고로 보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사업성격이 국가사업 대행이 아닌 수공 자체사업으로 변경되면서 수공의 투자액이 8조원으로 확대됐다.

이후 수공이 투자원금 보장을 요구하자, 2015년 정부는 투자원금의 30%만 지원하기로 결정해 결국 4조원의 손실처리를 안겼다.

감사원은 4대강사업 졸속 추진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 징계 조치나 수사요구가 없는 것에 대해 "이 사업이 결정돼 추진된 지 사실상 10여년이 지나다 보니 징계시효가 지났고, 공소시효 역시 대부분 만료됐다"며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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