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마라톤 회동에도…한국당 계파 싸움만

112명 중 90명 참석·40명 발언

친박 "김성태 사퇴·김무성 탈당"

비박은 '김성태 임시체제' 옹호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을 위해 모인 자유한국당은 21일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이견만 확인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5시간 20분 동안 도시락을 시켜 먹으며 '마라톤 의총'을 진행했다. 의원 112명 가운데 90여명이 참석해 40여명이 발언했다.

비공개 의총에서는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에 대한 사퇴요구와 사실상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에 대한 탈당 요구까지 나왔다.

먼저 김 대행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당 해체'와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라는 독단적 의사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진태 의원은 "김 대행도 홍준표 전 대표와 함께 선거 참패에 책임이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성일종 의원은 오는 2020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에 대해서도 보수 몰락에 책임을 지고 탈당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복당파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한 3선 의원은 "귀를 의심했다"며 "초선이 5선, 6선 당선시켜준 것이 아니다. 해도 너무한다. 이런 정당이 어디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안상수 의원도 "비대위 구성이나 국회 원 구성은 물론, 정부 정책의 난맥상 등을 지적하고 야당의 역할을 해나가려면 김성태 대행이 그대로 하는 게 맞다"며 김 대행을 옹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총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 19일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비박계이자 복당파인 박성중 의원의 메모 때문이었다.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완구,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을 불렀다.

박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한 모임에 나왔던 '친박들이 당권을 장악하려 노력한다. 당권을 잡으면 우리(복당파)를 칠 것이다'는 참석자들의 우려를 메모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친박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장우 의원은 "있지도 않은 사실로 당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진태 의원도 "이 와중에 당권을 잡아 상대편을 쳐낼 생각만 하고 있다"며 지난 19일 복당파 의원들의 모임을 겨냥해 "그 모임에 김성태 대행도 참석했으니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김 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수습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많은 의견이 제시됐다"며 "이를 중심으로 앞으로 당이 혁신하고 변화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사퇴요구에 대해서는 "그런 목소리도 있었다"면서도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분열을 자초하는 건 어떤 경우든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