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갑질사회 깊은 울림 남긴 故 구본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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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18-05-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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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한 송이와 편지 한 장.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정문 근처의 표지석 앞에 한 취준생이 고(故) 화담(和談)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기리며 두고 간 것이다.

A4 용지에 꾹꾹 눌러쓴 편지에는 “회장님께서 항상 강조하신 인간존중의 경영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신념을 갖고 자신을 우뚝 세워 LG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될 것이라 약속 드린다”는 다짐이 담겨 있었다.

이는 지난 20일 타계한 구 회장의 올곧은 삶이 얼마나 많은 이에게 영향을 줬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란 뜻의 화담이라는 그의 아호처럼 구 회장이 삶으로 세상 사람과 따뜻한 소통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그는 마지막 가는 길에서도 변하지 않는 일관된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 구 회장의 빈소는 ‘단촐하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지극히 소박했다.

그리고는 화장 뒤 그가 생전에 자신의 호를 붙일 만큼 아꼈던 경기도 곤지암 '화담숲' 인근에 뿌려졌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으로 더 대접받아야 마땅했지만 "나 때문에 번거로운 사람이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고인의 유지에 따른 것이었다.

이 때문일까. 재계와 정계, 학계는 물론 일반시민들까지도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구 회장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3일간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그의 이름이 끊임없이 오르내릴 정도였다.

소록도 간호사들에게 'LG 복지재단'을 통해 매달 수백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했고, 대구지하철에서 추락한 시각장애인을 구한 최형수씨(26)를 LG에 채용한 것 등 구 회장의 미담이 퍼지며, 그를 향한 시민들의 추모 물결은 장례식이 끝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구 회장은 23년간 회사를 이끌면서 사회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공동 운명체'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뜻으로 만든 'LG 의인상'이 대표적인 예다.

혜택을 받은 이들은 상금을 다시 기부하는 등 또 다른 선행을 이어갔고, 이 같은 세상의 변화에 LG를 응원하는 시민들은 늘어났다. 이는 다시 LG가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는 데 보탬이 되면서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LG를 부러워하는 지점이며, 구 회장이 남기고 간 가장 중요한 업적이기도 하다.

최근 갑질논란 등으로 싸잡아 비난받고 있는 재계가 변화의 돌파구를 구 회장의 삶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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