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달러 넘나드는국제유가…한국경제 '내수 위축·기업투자 부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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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8-05-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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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휘발유 가격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

  • "외화 유동성 위축 가능성 대비해야"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이달 들어 누적 평균치 기준으로 ℓ당 1570원을 기록했다. 2015년 8월(1544.49원) 이후 34개월 만에 최고치를 넘어섰다. [연합뉴스] 
 

국제유가 급등세가 무섭다. 불과 얼마 전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어느새 80달러를 넘나들며 한국경제 성장의 최대 암초로 떠올랐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4월 수입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 지지부진한 내수는 고유가에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2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2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2.13달러, 브렌트유는 79.5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브렌트유는 2014년 11월24일 이후 최고치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80달러를 넘어섰다가 상승 폭을 줄였다. 브렌트유는 지난주에도 장중 80달러를 넘어선 바 있다.

석유공사는 22일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베네수엘라·이란 공급차질 가능성이 커진데다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 추정 △미 달러화 인덱스 하락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일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현(現)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이 결정돼 미국의 경제제재 가능성이 증가, 원유생산 감소세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금융센터 역시 유가 상승을 이유로 △미국의 핵협정 탈퇴에 따른 이란발 공급 차질 우려 △중동 불안 등 공급 요인에 따른 유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국제유가가 치솟자 국내 휘발유와 경유, 등유 가격은 일제히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셋째주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리터당 12.9원이나 오른 1577.2원으로 조사됐다.

4월 셋째주 이후 4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린 것으로, 지난 2월 둘째주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1565.6원)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2015년 7월 셋째주(1579원)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3년간 최저점이던 2016년 3월 둘째주(1340.4원)와 비교하면 17.7%나 오른 셈이다.

기름값이 오르자,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름값이 오르면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도 커진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4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수입물가지수는 85.03(2010=100·원화 기준)으로 한달 전보다 1.2%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올해 1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지난달 상승률은 작년 9월(1.8%) 이후 최대였다. 국제유가가 수입물가를 밀어올린 주요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배럴당 53.8달러였던 WTI가 80달러까지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지수는 0.61% 상승하고 소비는 0.81%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국제유가 상승은 기업비용을 늘리는 측면도 있어 기업투자도 부진에 빠질 우려가 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가가 상승하면 국내 물가가 급등한다"며 "이는 내수, 특히 소비와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 외에 금융 분야의 타격도 우려스럽다.

공급 측면에 의한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률 확대를 촉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이는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런 불확실성은 투자심리를 냉각시킨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차원의 달러 유동성 경색이 발생하면 국내에도 영향이 파급될 소지가 있다"며 "신흥국 전반에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외화 유동성이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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