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핵포기 시 '덩샤오핑' 같은 지도자 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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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8-04-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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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형 해법은…"포괄 합의·일괄타결·단계적 이행"

  • "비핵화 진전 시 北에 줄 수 있는 구체적 선물 논의해야"…

  • "북한식 개혁개방 이미 시작됐다"

12일 세종연구소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세종국가전략포럼'에서 국내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과정에서 적용할 다양한 제안을 내놨다. [사진=강정숙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邓少平)과 같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4·27 남북 정상회담과 이어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기대 이상의 과감한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리비아식', '이란식' 등 과거 비핵화 사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한반도 현실에 맞는 새롭고 창의적인 '한국형' 해법이 필요하다도 지적이 나왔다.

12일 세종연구소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세종국가전략포럼'에서 국내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과정에서 적용할 다양한 제안을 내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포기 결단을 내릴 경우, 중국 덩샤오핑과 같은 개혁·개방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현재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에 회의적이지만 북한이 핵포기를 선택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등 경제위기 극복이 어렵다"며 "김 위원장이 집권 후 보여준 과감한 군부개혁, 경제개혁, 경제개방 조치, 최근 남북대화에 대한 진지한 접근 등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이 핵포기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물론 북한은 핵 포기 시 조건으로 새로운 안전보장장치와 경제부흥을 전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특히 "현재 북한 외교를 이끌어가는 인물들(리수용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모두 서방세계를 잘 아는 인사들"이라며 "새로운 안전보장 장치가 마련되고 경제부흥의 계기가 마련된다면 김 위원장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2018 남북 정상회담 자문위원단으로 활동 중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기만책이라는 지적에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것이 사기꾼의 전략인데, 이런식으로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찾아가 비핵화를 논의하는 등 뒷감당을 못하게 만들 수 있느냐"며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또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한국형 해법을 창안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많은 분이 외국 사례에서 우리의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는 조건이나 환경 등이 가장 우리와 가까운 것은 6자회담에서의 (2005년) 9·19합의를 통한 비핵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형 해법'과 관련해 조 위원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행해야 할 비핵화 대상들과 한·미가 북한에 제공할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안전 보장 방안들을 모두 망라하는 '포괄적 합의'를 이룬 뒤, 북미정상회담에서 핵 폐기와 교환할 보상의 내용을 규정한 '일괄적 타결'을 시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괄적 타결'은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을 현재·미래의 핵, 과거의 핵,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3개의 패키지로 구분해 폐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비핵화 실무회담을 통해 3개 패키지별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가급적 빠른 기간 안에 이행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통해 완료하는 '단계적 이행'을 추진하는 방식이라고 조 위원은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이야기하는 리비아식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양자간 회담에서 계속 고집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협상을 앞두고 최대치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큰 틀에서 합의하고, 추상적 수준에서 (비핵화 관련) 적절한 시기를 정리하는 정도면 최대치의 성과"라며 "보상 부분은 단계적 이행에 맞춰 행동 대 행동으로 보상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도발하지 않고 비핵화 대화에 참가하는 동안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에 대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유류 50% 제한 조치 등 점진적인 해제를 고려할 수 있다"며 "한미 차원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유연성, 즉 횟수, 성격, 규모, 전략무기 전개 제한 등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대화 초기단계부터 평화체제 논의를 병행해야 하며 북미 수교 전단계로 평양-워싱턴에 북미연락사무소 설치를 논의해야 한다"며 "(그 이후) 평화체제 논의 구체화 과정에서 주한미군 주둔 성격을 대북 억제용에서 동북아 군사적 균형자 역할로 변화시키는데 합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북 간의 정치적·군사적 신뢰 구축 방안과 향후 교류협력 재개 전략도 논의됐다.

문장렬 국방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정치적 신뢰 구축을 위한 접근법으로 "북한의 핵무기는 결코 용납할 수 없지만, 나름의 위협 판단을 기초로 수립한 안보정책의 산물임을 이해한다면 패전국의 무장해제처럼 비핵화에 접근하지 않고 더 효과적인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교류협력을 재개하는 방법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속에서 미 국무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가능하다는 설명도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특히 미 대북제재의 경우 의무가 아닌 행정부 재량 사항이 많다"며 "문화·체육·예술 교류의 경우 국제사회 제재 틀이 유지되더라도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월28일 “겨레말큰사전 등 민족 동질성 회복사업과 보건·의료·산림·종교·체육 등 분야에서 남북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한 바 있다. 임 교수는 “최근 남북 합의들은 비핵화와 평화정착 논의가 진전되면 남북 교류협력이 전방위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희 한국산업은행 경제팀장은 "북한식 개혁개방은 이미 시작됐다. 개혁개방 가능성도 있다"며 남한이 서둘러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향후 경제 교류협력 추진 방향에 대해 "북한에 국제기준에 맞는 법 재정비를 할 것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북한과의 경협은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통해 돈벌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북한 지역경제와 통일된 한반도에 포커스를 맞춰 경협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히 "북한 개혁개방이 좀 더 진진된 상황이 되면 많은 글로벌 기업이 북한 시장을 선점하려 할 것"이라며 "인프라나 중화학 등 분야에 남북이 경제협력을 해 먼저 선점해야 할 것으로 남한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내년 상반기쯤으로 예상했으며 조기에 잡힌 일정으로 인해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는 분석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월 핀란드 1.5트랙에 참석한 북측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상반기에는 남북관계 개선모드를 형성하고 이를 명분으로 도발을 중단해 북미 간 탐색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했다"며 "예상 외의 한국의 역할과 미국 CIA 채널의 효과로 북미정상회담 시계가 (북한의) 예상속도보다 1.5~2배 빨라졌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또 북한이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빅딜'하는 작업을 2016년부터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 8월 북한이 발간한 정세해설서에는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미국에 제시할 체제안전보장 조건으로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주한미군 축소 및 성격변화 등을 예시로 들었다"고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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