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규엽 대성자산운용 대표 "우리가 제2 텐센트에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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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8-04-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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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하루 1만5000여개 기업이 중국에서 새로 생긴다. 우리 투자은행(IB)이 할 일은 이런 기업 가운데 '제2 텐센트'를 찾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베이징대표처 대표를 지낸 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를 2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만나 '중국 투자론'을 들어봤다.

이규엽 대표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KIC중국센터(센터장 고영화) 자료를 보여줬다. 세계적인 IB와 기업이 중국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인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이른바 '바트(BAT)'도 외국자본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중국은 거대한 벤처캐피털 시장이다. 세계적으로 새로 등장하는 유니콘 기업 가운데 다수도 중국 국적이다. 유니콘 기업은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전 기업가치를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으로 늘린 스타트업을 말한다.

기업정보제공업체인 피치북에 따르면 2017년 새로 나온 유니콘 기업은 모두 51개다. 이 가운데 중국 국적이 18곳에 이르지만, 우리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이 대표는 "중국 정부는 4차 산업혁명 기업을 직접 육성하고 있다"며 "우리도 중국을 피하기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텐센트로 5600배 번 남아공 기업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애플이다. 시총이 900조원을 웃돈다. 중국 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각각 520조원, 470조원으로 10위권 안에 들어 있다. 이런 기업이 성장한 배경은 비슷하다. 돈을 대준 외국계 투자자가 있다.

텐센트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곳은 남아공 위성방송사인 MIH다. 지분이 34%에 달한다. 초기 투자액은 320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현재 지분가치는 180조원에 이른다. 5600배가량 차익을 거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에 투자해 알리바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대표는 "배달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기업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은 기업가치가 350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와 비슷한 중국 기업인 '어러머'는 3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슷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해도 규모에서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점이 투자에서는 단점이 아니다.

이 대표는 "우리 기업은 수조원을 들여 중국에 공장을 짓는다"며 "이런 방법도 좋지만 중국에서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면 훨씬 많이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두 개의 100년' 준비하는 중국

중국을 이해하려면 중앙정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중앙정부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7년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해 '두 개의 100년'을 이정표로 제시했다. '두 개의 100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과 신중국 건립 100주년인 2049년을 말한다. 각각 '소강사회 실현'과 '위대한 중화민족 부흥'을 목표로 삼는다.

이 대표는 "중국이 과거 영광을 회복해 2050년에는 세계 최강대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중국 중앙정부가 이런 목표를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학기술부는 얼마 전 차세대 인공지능(AI) 발전안을 마련했다. 모든 산업을 인공지능에 결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지방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중국 IT 공룡 기업과 연결시켰다.

바이두는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각각 스마트시티와 의료영상 프로젝트를 맡는다. 커다쉰페이가 할 일은 음성인식 기술 확보다. 중국은 지방마다 다른 말을 쓰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그는 "중국에서 벤처투자 규모는 2016년 한 해에만 약 22조원에 달했다"며 "중국 정부는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를 비롯한 모든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패싱' 바람직하지 않아

이 대표는 "중국을 공부하는 사람은 있지만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한다. 얼마 전부터 우리 기업이 중국보다 동남아로 더 많이 진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 국가에 비해 중국은 컨트롤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패싱'은 우리나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 정치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런 생각이 중국 진출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규엽 대표는 "중국은 여러 현상을 묶어 한 흐름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정치와 경제도 따로 나눠서 볼 수 없고, 이는 IB에서도 첫걸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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