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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아이린 페미니스트 논란…'82년생 김지영'이 불편한 그들

강경주 기자입력 : 2018-03-20 10:19수정 : 2018-03-20 10:19
페미니스트 관한 왜곡된 시선이 논란 키워

[사진=연합뉴스]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남성 팬들이 그릇된 성 인식을 드러내며 페미니스트 논란에 불을 지폈다.

먼저 페미니스트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파생한 말로써,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번 사건은 레드벨벳이 지난 18일 SKT 옥수수와 XtvN에서 방영 중인 예능프로그램 '레벨업 프로젝트2' 1000만 조회 달성 기념으로 열린 팬미팅 자리에서 발생했다.

이 자리에서 아이린은 "최근 읽은 책이 무엇이냐"는 MC의 질문에 "최근에 '82년생 김지영'을 읽었고 '별일 아닌 것들로 별일이 됐던 어느 밤'도 읽었다"라고 답한 것이 전부다.

문제는 일부 남성 팬들이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것을 두고 '그녀가 페미니스트다'라는 식으로 왜곡시켜 글을 퍼트린 것. 여론은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씨인사이드 아이린 갤러리와 레드벨벳 갤러리로 번졌고 아이린의 발언에 분노하는 내용이 담긴 글과 아이린의 사진을 불태우는 인증샷이 추가로 올라왔다.

페미니스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녀시대 출신 배우 수영은 오랜 기간 몸 담았던 소속사를 옮기면서 리얼리티 프로그램 '90년생 최수영'을 론칭했는데 해당 방송에서 '82년생 김지영'이야기를 하며 소설 속 여성들이 경험해야 했던 성희롱과 불평등을 읽고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때에도 일부 남성들이 악의적인 댓글을 달며 수영을 비난했다.

지난 2월 13일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은 인스타그램에 '걸스 캔 두 애니띵(Girls can do anything)'이라고 적힌 스마트폰 케이스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온라인상에서는 손나은의 '소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 페미니즘을 표현한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린 것. 결국 손나은은 본인의 SNS 계정에서 해당사진을 삭제하고 "패션 브랜드 업체에서 협찬받은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인 책을 읽었다고 해서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 뿐더러 오히려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더더욱 온당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선을 치르던 지난해 2월 16일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바로 '성평등한 세상'이다. 나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당시 "제가 (페미니스트 대통령) 말할 자격이 있나 생각해봤다. 저는 민주적이고 온화한 아버지와 남편이 되려고 노력한다 생각했지만 부엌일은 아내 몫이었고 가사노동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다. 지금도 여성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저는 여성이나 남성이나 성별차이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다. 성평등은 인권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인식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잘 드러났다. 당시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를 관람한 문 대통령은 관람 후 "'사라진 여자'라는 제목도 전 이중적인 뜻이 있다고 느꼈다. 실제적으로는 '한매가 사라진건데 은유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이런 의미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대통령부터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는 것.

일부 남성팬들로 인해 촉발된 페미니스트 논란은 시작부터가 잘못됐다. 페미니스트는 사회에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 아니다. 페미니즘 자체가 부정적인 사상으로 변질되어서도 안된다. '82년생 김지영'이 왜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그리고 미투운동이 왜 촉발됐는지, 피해자들이 왜 두려워했는지 조금만 들여다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성을 억압해왔는지 알 수 있다.

모든 저항에는 반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 반작용을 잠재우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건 결국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페미니스트를 향한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는 남성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정독해볼 것을 추천한다.
 

[사진=82년생 김지영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