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중도·진보연대가 승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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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
입력 2018-03-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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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부동층 유권자(Swing Voter)에 다가서기 위한 최상의 전략 -


[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사진=최광웅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





많은 사람들이 착시현상을 일으키지만 민주진보연대가 반드시 승리를 담보하지 않는다. 힐러리 클린턴이 2016년 대선 당시 지명한 부통령 후보는 팀 마이클 케인(Timothy Michael Kaine) 상원의원이다. 그는 버지니아 주지사와 전국위원장을 역임한 민주당 중진 정치인으로 25년 동안 리치먼드 시의원과 시장, 버지니아 부지사 등을 거쳤다.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태어날 때부터 민주당원(Democrat)이었다. 마이클(Michael)은 가톨릭 신자에게 흔한 이름이다. 아버지 조상은 전통 민주당 지지층인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이주하였다.

미국은 인종, 지역, 종교, 계급에 따른 정당 일체감이 특히 높은 나라다. 힐러리 부모는 공화당 지지자(Republican)였다. 그들의 재능 있는 딸을 기회와 성별에 의해 제한 받지 않게 보수주의를 지지하도록 교육하였다. 힐러리는 불과 13살이던 1960년 대선 당시 겨우 0.2% 포인트 차로 존 F 케네디에게 석패한 공화당 리처드 닉슨의 재검표에 참여할 만큼 일찍부터 정치에 눈을 떴다. 하지만 그는 1968년 유진 매카시 상원의원의 반전 대선캠프에 참여하며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렇게 이미 21세부터 48년 민주당원인 힐러리가 전통 민주당원 팀 케인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건 시너지 효과로는 빵점이었다.

이에 반해 도널드 트럼프는 적절한 선택을 한 셈이다. 그의 부통령 파트너는 얼마 전 평창올림픽에 다녀간 마이크 펜스다. 펜스는 자신이 기독교인이자 보수주의자, 그리고 공화주의자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한때 공화당 내 강경그룹인 티파티 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도 한 그는 공화당 내 가장 전통적인 지지층으로 일컬어지는 ‘다시 사는 복음주의 기독교(born-again evangelical Christians)’ 신자다. 하지만 그의 할아버지 제임스 멀루니(James Maloney)는 19세기 대흉년 이후 1890년대 아일랜드를 떠난 이민자 출신이다. 'Maloney'는 바로 아일랜드가 원조인 성(姓)씨다. 외할아버지도 20세기 초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부계·모계 모두 아일랜드 출신이다. 그는 4남 중 3남이었는데 4형제 모두 가톨릭교회에서 제단 봉사를 할 만큼 신앙심이 두터웠다. 따라서 가족 전체가 존 F 케네디를 우상으로 여기는 민주당원이다. 하지만 마이크만 혼자 개종을 하고 레이건 대통령 후보의 자유주의 시장경제 연설에 끌려 27세에 공화당으로 연방 하원의원 도전을 선언한다.

트럼프 역시 민주당원(Democrat)으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독일과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하였는데 부계는 루터교, 모계는 안식일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칼뱅주의 개신교이다. 맨해튼 개발을 한창 하며 부를 축적하던 트럼프는 1987년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겨 고액 정치자금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일찍부터 정치적 꿈을 갖고 있던 그는 로즈 페로가 창당한 개혁당에 1999년 입당해 대선 경선에 잠시 참여하기도 했으나 2001년 탈당해 민주당으로 복당했다. 그는 공화당 조지 부시2세 집권기간 8년간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였고, 2012년 오바마 집권 시절 공화당으로 복귀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왔다. 1980년부터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여섯 번, 민주당이 네 번 승리하였다. 양당제 국가지만 보수가 우위에 있는 지형이다. 하지만 트럼프-펜스 사례를 보더라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우 클릭한 경우가 승리한다.

프랑스 제5공화국 대통령은 우파와 좌파가 번갈아 집권해 왔지만 지난해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이 처음으로 엘리제궁 주인이 되었다. 그를 당선시킨 힘의 원천은 중도·진보연합이다. 마크롱은 2006부터 10년 동안 사회당에 몸을 담았고, 좌파인 올랑드 대통령실 부실장과 경제·산업·디지털 장관으로 4년간 일했다. 따라서 그의 기본적인 지지기반은 좌파이다. 대선과정에서 전 파리시장인 베르트랑 들라노에와 리옹시장인 제라르 콜롱브 상원의원 등 사회당 중진들의 잇단 지지선언이 이어졌다. 하지만 결정적인 승리는 중도파 리더 프랑수아 바이루와 단일화를 했기 때문이다. 1998년 프랑스민주동맹과 2007년 민주운동당 등 중도정당 창당을 주도해온 바이루는 대선에 세 번이나 출마한 중진이며, 특히 2007년에는 18.6%까지 득표해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바이루는 2017년 네 번째 대선 도전을 준비하던 중 마크롱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하였다. 이처럼 프랑스 유일의 중도파 대통령은 중도·진보연합의 결실이다.

앙겔라 메르켈은 사민당 전 당원투표 결과가 확정됨에 따라 오는 14일 독일연방 하원에서 정식으로 4선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복지 확대, 동독지역 지원 강화, 부자 증세 등을 요구하는 사민당과의 연정 협약을 끈기 있게 인내하며 170일 만에 연립정부를 출범시키게 된다. 그는 2005년과 2013년, 그리고 이번 2018년까지 기민-사민당 대연정을 통해 3선 집권을 달성하는 셈이다. 뉴질랜드 재신더 아던은 지난해 국민당보다 10석이 적은 좌파연합 의석으로도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뉴질랜드퍼스트를 끌어들여 9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케이스다. 그 역시 진보·보수연합을 스스럼없이 해냈다.

사실 멀리 외국사례까지도 갈 일도 아니다. 1997년 대선 승리연합(DJP연대)이 바로 중도·보수연합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중도진보·보수연합이다. 6·13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이 야당이라면 바른미래당을 무조건 보수로 배척하지 말고 공통점을 찾을 것을 권한다. 자유한국당이 아니라면 공동으로 추구할 가치는 많다. 

최 광 웅(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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