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167] 중국은 왜 달라이 라마에 민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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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규 칼럼니스트
입력 2018-02-0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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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몽골, 달라이 라마 방문 불허

[사진 = 유목민 게르 안 불교 탱화]

티베트 불교의 나라 몽골은 2016년 12월,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수장인 달라이 라마(Dalai Lama)의 몽골 방문을 영구히 허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몽골은 종교를 가진 국민의 90% 이상이 티베트 불교를 믿고 있다. 몽골 유목민들의 게르를 방문하면 게르 중앙에 놓인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나 초상화 그리고 티베트 불교 탱화를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 티베트 라싸 포탈라궁]

티베트 불교의 본산인 티베트 라싸(Lhasa)를 순례하고 달라이 라마를 직접 만나는 것은 대부분 몽골인들이 가지고 있는 소원이다. 근세 몽골 역사는 티베트 불교를 얘기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몽골과 티베트불교는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몽골이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영구히 허가하지 않겠다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적으로 중국 때문이었다.

▶ 중국 압박에 백기를 든 몽골

[사진 = 달라이 라마 14세]

2016년 11월 달라이 라마, 14세 텐진 갸초(Tenzin Gyatso)가 10년 만에 몽골을 방문했다. 10년 전 2006년 달라이 라마가 몽골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철도운행 중단과 항공노선 폐쇄 등의 조치로 몽골을 압박했다. 중국은 이번에도 강도 높은 압박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예정돼 있던 금융과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몽골과의 회담을 무기연기 했다. 또 국경을 통과하는 차량에 대해 통관비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몽골로서는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 몽골로서는 이어지는 중국정부의 강도 높은 보복조치를 감당해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몽골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첸드 뭉흐어르길 몽골외무 장관은 "몽골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티베트가 분리될 수 없는 중국의 한 부분이며 티베트 문제는 중국 내부의 일이라는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달라이 라마가 몽골을 방문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소수민족 분리움직임 중국에게 골칫거리
달라이 라마의 한국 방문 역시 한국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 문제에 대해 민감한 입장을 보여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달라이 라마가 18살의 나이로 중국을 탈출해 인도 다람살라(Dharamshala)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운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견지해온 달라이 라마 차단 정책이다.

중국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현안중의 하나가 바로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다. 그 대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민족이 바로 티베트와 위구르이다.

▶ 중국, 달라이 라마 영향력 차단에 주력

[사진 = 신강위구르지역 풍력발전소]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 분리 독립 세력의 지도자이자 배후인물로 간주하고 있다. 위구르의 분리 독립 움직임은 폭력적이지만 티베트의 분리 독립 요구는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에 따라 비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티베트의 분리 독립과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티베트인들이 스스로의 몸을 불태우며 저항하는 분신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분신으로 숨진 티베트인이 130명을 넘어서고 있다.

[사진 = 어린 티베트 불교 승려]

그들 중 3분의 2 가량이 25세 이하의 젊은 티베트 불교 승려들이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분신을 사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달라이 라마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쓴 서적이나 그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 등을 보유하고 있다가 발각되면 즉각 체포돼 수감 된다. 티베트 분리 독립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 당국에 구속 수감된 사람만 수백 명에 이른다고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인권 민주촉진 센터’의 티베트 인권상황 보고서가 밝히고 있다.
 

[사진 = 티베트의 승려들]

이른바 ‘불온사상’의 전파를 막는다는 이유로 티베트 자치구 내 인터넷 통제도 강화했다. 대내적으로 강압적인 정책을 구사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달라이 라마에 동조하거나 우호적인 나라에 대해 적대적인 대응을 일관되게 계속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상대국에 강력히 항의하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보복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 달라이 라마 접촉 국가에 압박조치
2016년 6월 미국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는 오바마 대통령과 네 번째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중국은 이를 중국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2016년 9월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던 EU(유럽연합) 의회에 대한 보복조치로 EU의회 대표단의 중국 방문을 전격 연기시키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에게 명예 시민권을 수여했던 이탈리아 밀라노市에 대한 항의로 현지 중국인을 동원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5년 만에 프랑스를 방문한 달라이 라마를 아예 만나지도 않았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와 접촉하는 나라는 물론 개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압박 조치를 취하고 있다.

▶ 親 달라이 라마 연예인 규제

[사진 = 레이디 가가]

2016년 미국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와 면담한 뒤 그 사진을 SNS에 게재한 가수 레이디 가가(Lady GaGa)는 중국방문과 중국에서의 활동이 차단된 것은 물론 음반 배포도 금지 됐다. 원조 록 가수인 미국의 본 조비(Bon Jovi)는 2010년 대만 콘서트 당시 달라이 라마 사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5년 뒤인 2015년 중국 첫 콘서트 시도가 무산됐다.

홍콩의 톱 배우 양조위(梁朝偉:량 차오웨이)는 단지 달라이 라마 측근과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와 관련된 어떤 움직임도 그냥 지나가지 않을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 달라이 라마 국제적 평가 높아

[사진 = 초원의 티베트불교 사원]

이러한 중국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상상 이상으로 대단하다. 세계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하는 영향력 조사에서 달라이 라마는 항상 10위 안에 들면서 교황보다 거의 대부분 앞선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YouGov)가 세계 30개국 패널들을 대상으로 2015년 12월과 2016년 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달라이 라마는 세계 영향력 8위를 기록해 13위인 프란치스코(Francis)교황을 앞섰다.

[사진 = 달라이 라마 14세]


특히 기독교의 본고장인 유럽에서의 영향력은 더욱 대단하다. 지난 2006년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6개국이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달라이 라마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로 선정됐다. 특히 최근의 조사에서 프랑스와 독일에서 달라이 라마는 여전히 가장 존경 받는 인물로 선정될 정도로 평가 받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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