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세기의 재판'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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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산업부 부국장
입력 2018-01-30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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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부국장 겸 산업부장

새해 들어 한달 가까이 지났다. 나라 안팎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이젠 촛불을 접고 새로운 희망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형국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반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도 분열의 진영논리가 난무하고 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은 지난해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었던 광장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이것 또한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최근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선 평창올림픽이 실시간 검색어 1, 2위에 올랐다. 문제는 같은 사안의 상반된 입장이라는 대목이다. 국론 분열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최근 생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지자들이 '평화올림픽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선물로 주자며 집중검색을 한 게 발단이었다. 그러자 반대 진영에서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따른 정부의 여러 조치를 비아냥조로 '평양올림픽'을 집중검색해 경쟁적으로 순위를 올린 것이다.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마저 분열의 진영논리로 끌어내려 그 도구로 전락시킨 셈이다.

정부의 최우선 공약인 ‘청년 일자리 정책’을 두고도 설전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9%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며 경제관료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나 실제 고용에 나서야 할 기업들은 볼만이 적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각종 부담을 이미 한 보따리 떠넘겼기 때문이다.

대외상황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중국이 지난해 ‘사드 보복’으로 국내 산업계를 정신 못차리게 하더니 올해는 미국이 난리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의 미국 가전공장 건설 소식에 “생큐 삼성!”을 외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는 세탁기 등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반도체를 비롯한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종 편견과 오해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촛불정권’인 문재인 정부 출범의 정당성이 유지되려면 이 부회장이 이번 항소심에도 유죄 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캐비닛 문건’ 공개와 네 차례에 걸친 공소장 변경 등은 특검이 재판부에 부담을 줌으로써 유죄 판결을 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한편에서는 지적한다.

이는 특검의 구형량에서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2심에서 각각 징역 6년과 7년을 받았다. 반면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 등 삼성 관계자 대부분은 이들보다 중한 10년형이 구형됐다.

특검이 디테일에 있어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열린 이 부회장의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삼성전자 평택공장의 전력 공급 문제 등을 정부에 청탁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부회장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15조원을 들여 전 세계 어느 곳에 공장을 지어도 우리가 청탁을 받으면 받았지, 청탁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어느 기업인이라도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꽤나 답답한 심경이었을 게다.

어쨌든 지금 국민들의 눈길은 다음달 5일 열리는 ‘세기의 재판’에 쏠리고 있다. 그중에는 벌써부터 재판부가 ‘정치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견하는 시각도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재판부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최근 정치가 법정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는 일부 주장이 한낱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판결을 통해 입증해주길 기대한다. 그 무엇으로부터도 영향받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사법부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제대로 선다.

김종수 부국장 겸 산업부장 js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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