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FOCUS] 브랜드 가치 높아진 ‘파리바게뜨’, 해외공략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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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8-01-23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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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영인식 ‘철저한 현지화 전략’ 中·美 시장서 성공

  • 中 창업자 입소문, 15년만에 가맹점수 직영점 넘어

  • 美 시장 분석만 3년…현지인 맞춤 제품군 전략 통해

  • 베트남·파리 기반 동남아·汎프랑스 시장 공략 나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사진=SPC그룹 제공]


SPC그룹(회장 허영인)이 운영하는 국내 제과·제빵 1위 브랜드 파리바게뜨의 중국 가맹점 수가 직영점 숫자를 넘어섰다. 단순히 현지 시장에 브랜드를 알리는 단계를 넘어 가맹점주들이 스스로 찾아올 만큼 ‘간판’ 가치가 올라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22일 파리바게뜨에 따르면 이달 기준 중국 전체 점포 231개 가운데 회사가 운영하는 직영은 110개, 가맹점은 그보다 11개 더 많은 121개다.

가맹점포수가 직영점 숫자를 넘어선 것은 중국 진출 15년 만에 처음이다. 점포 수 231개 역시 전년 대비 40개 늘어난 수치다. 파리바게뜨가 진출한 전체 해외 국가로 보면, 중국·미국·베트남·싱가포르·프랑스에서 지난해 새로 문 연 점포 총 55개 중 73%가 중국에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016년 발간한 ‘중국 프랜차이즈 시장 현황 및 진출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0개 이상 가맹점을 소유한 기업 비중이 55%에 불과할 정도로 중국에는 대규모 프랜차이즈가 많지 않다. 가맹점 숫자로 보면 파리바게뜨는 안정화 궤도에 접어든 셈이다.

특히 중국은 해외 베이커리 브랜드가 성공하는 예를 찾기 어려운 곳이다. 파리바게뜨는 빵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온 유명 베이커리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았다. 프랑스 100년 전통 브랜드인 ‘폴’과 ‘포숑’은 각각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수년 만에 철수하는 수모를 겪었다.

싱가포르 1위인 ‘브레드톡’도 중국 본토 매출 비중이 줄었다. 2015년 30.8%에서 2016년 28%로  2%가량 줄었는데, 그 자리를 본진인 싱가포르 점유율 확대로 메웠다. 브레드톡 싱가포르 매출 비중은 55%에 달한다. 모기업인 브레드톡그룹은 외식사업 부문에서 ‘딘타이펑’ 등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중국 상하이 1호 구베이점[사진=SPC그룹 제공]


◆파리바게뜨, 중국 6년 지켜봤다 ‘신의 한수’

파리바게뜨는 중국 시장 성공 요인으로 철저한 사전 전략을 꼽았다. 준비 기간만 6년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해 수년 동안 식음료와 외식시장은 물론 상권 전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워낙 신중한 것으로 알려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성격 탓이다.

이후 2004년 상하이 구베이 1호점으로 중국에 출사표를 던졌다. 좀 더 빨리 점포를 늘릴 수도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는 현지 가맹 체계 확립에 주력했다. 한국과 같은 지점별 서비스, 품질 통일이 우선이었다. 마스터프랜차이즈 대신 직접 진출을 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마스터프랜차이즈는 본사가 브랜드와 시스템 등 사업 노하우를 제공하면, 제휴를 맺은 현지 기업에서 투자와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본사 입장에서 보면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현지 시장에 비교적 쉽게 입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휴 기업이 상표권이나 가맹점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위험 요소가 있다.

가맹점주는 무조건 현지인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SPC베이킹센터’를 설립해 10~15주 사전 교육을 거치도록 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해외 진출 기업이 현지 공장을 짓는 것처럼 인력 공급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짝퉁’ 상표에도 강경하게 대응했다. 한류 바람이 불면서 최근 몇 년 새 치킨, 디저트 등 외식업체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현지 업체 매장 인테리어나 인기 메뉴를 본떠 유사 상표를 먼저 등록하면서 국내 원조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파리바게뜨 역시 중국 한 지역에서 ‘파리 필링(Paris Feeling)’이라는 유사 상표를 발견해 소송으로 맞섰다. 2016년 3월 승소해 20만 위안(약 3338만원)을 보상받고 상표권을 보호했다.

어느새 예비 창업자들 사이에 “파리바게뜨 하면 돈 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현지 부동산 개발상들이 선호하는 입점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상하이·베이징·다롄·톈진·청두·난징 등 중국 주요 거점 도시에 법인을 두고 있다. 앞으로 화동, 화북지역 중심 상권에서 동북 3성과 화서·화남·서부내륙 상권으로까지 동시에 사세를 확대할 계획이다.

허영인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실 성장을 뒷받침한 글로벌사업 가속화’를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부지 선정부터 터 고르기까지 탄탄하게 한 다음에야 공사를 시작하는 파리바게뜨 중국 진출 방식은 허 회장의 이 같은 기조를 잘 나타낸다.
 

파리바게뜨 미국 뉴욕 맨해튼 40번가점[사진=SPC그룹 제공]


◆바다 건너 대륙 미국도 출점 박차

미국 진출도 수년 만에 가속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총 63개인 점포수를 2020년 3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 다음으로 점포 수가 많이 늘어난 곳이다.

파리바게뜨는 2002년 9월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3년간 시장 분석 기간을 가졌다. 2005년 10월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에 미국 1호 웨스턴점을 열었다. 본격적인 가맹사업은 미국 법인 설립 14년 만인 2016년 5월 말에서야 시작했다.

그야말로 포복 전술이다. 파리바게뜨는 해당 국가에서 일정 소득을 유지하면서 현지인과 외국인이 적절하게 조화돼 있어 빵에 거부감이 없는 지역을 우선 타깃으로 한다. 매장이 현지에 완전히 익숙해지면 다시 인근에 새 지점을 내면서 조금씩 사세를 늘린다.

미국 파리바게뜨는 단순히 “미국인은 이럴 것이다”, “우리 주력 제품으로 승부해보자”식이 아닌 세분화된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현지 베이커리가 판매하는 품목이 평균 100종류 이하인데 비해 파리바게뜨는 300종 이상 품목을 취급한다.

아침에는 에스프레소와 페이스트리, 점심에는 샌드위치와 샐러드, 저녁에는 식빵과 케이크 등 시간대별로 잘 팔리는 제품군을 강화했다. 지역별로 서부에서는 가족단위 케이크 클래스를 열었고, 동부에서는 매월 현지인을 대상으로 샌드위치 만들기 수업을 했다. 그 결과 맨해튼 주류상권에 문을 연 매장들에서는 모두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1000명을 넘어선다. 폭발적인 현지 반응에 가맹사업 문의도 늘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허영인 인큐베이터식 해외 공략 성과 ‘속속’

이 같은 성장세라면 해외 공략에 자신감이 붙었을 법도 한데, 허 회장은 여전히 치밀하다. 베트남과 싱가포르, 프랑스가 그렇다. 아직 점포 수는 두 자릿수 아래지만, 출점지 자체가 갖는 의미는 숫자보다 크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베트남 까오탕점’은 파리바게뜨 글로벌 100호점이다. 베트남은 파리바게뜨의 동남아 진출 첫 국가로서 동남아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예정된 곳이다.

국내 베이커리 가운데 처음 싱가포르 진출에 도전한 곳도 파리바게뜨다. 2012년 9월 싱가포르 핵심 상권인 오차드 로드에 파리바게뜨 위즈마점을 열었다. 2014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도 매장을 냈다. 3년간 조용하다 싶더니 2017년 10월 파리바게뜨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출국장(Landside)과 면세구역(Airside) 양쪽에 3개 매장을 동시 개장하는 성과를 냈다. 파리바게뜨 싱가포르 법인 매출은 2015년 129억원에서 2016년 144억원으로 늘었다.

2014년 7월에는 10년 준비를 마치고 프랑스 파리에 진출했다. 현지인들이 주식인 빵에 대해 자부심이 높은 만큼, 미국이나 일본 등 제빵 선진국 기업들도 아직까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다. 파리바게뜨 파리 샤틀레점은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 박물관 등 관광 명소 인근에 자리 잡았다. 개장 1년 만에 하루 방문객이 개장 초기보다 20% 이상 늘어난 850명에 이르렀다. 하루 평균 매출은 국내 매장의 3배다.

SPC그룹은 프랑스 파리 샤틀레점을 유럽을 비롯해 캐나다 등 범(汎)프랑스 문화권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로 했다. 허 회장은 “신규 국가 가맹점 확산에 대비해 권역별 인프라를 확충하고 운영관리 전반에 우리만의 노하우를 접목해야 한다”며 “연구개발 단계부터 소비자 의견을 세심하게 반영해 고객이 다시 찾고싶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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