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대륙의 공기청정기'..안철수 공약이 옳았다?..뜻밖의 상식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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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01-1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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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마이타, 태양열로 작동하는 대형 공기청정기…인근에서는 미세먼지 감소, 도시 전체는 여전히 '엄중오염'

  • 안철수 과거 공약도 재조명…전시품 공기청정기 두고 도입 발표했다 망신

스모그에 갇힌 장쑤성 쑤저우시의 모습.[사진=신화 연합뉴스]

남산타워가 희뿌옇게 보인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7일 서울의 풍경이다. 한반도가 미세먼지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공기청정기 또한 어느덧 생필품 대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미세먼지의 본고장 중국은 어떨까. '대륙의 스케일'은 역시 다르다. 아예 초대형 공기청정기가 등장했다. 높이만 무려 100m에 달한다. 공기청정기라기보다는 탑에 가깝다. 실제로 중국어 이름도 '추마이타(除霾塔·스모그 제거탑)'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16일 몇 달 전 가동을 시작한 이 공기청정기가 세계에서 가장 큰 공기청정기라고 보도했다.
 

[사진=SCMP]



추마이타가 위치한 곳은 중국 산시성 시안(西安)시다. 삼국지 꽤나 읽은 이들이라면 잘 알고 있을 장안(長安)이 바로 이 곳이다. 서울에서 시안까지는 비행기로 3시간 가량 소요된다. 중국 서부 최대의 도시 시안은 발달한 중공업 덕분에 높은 소득 수준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초대형 공기청정기가 세워진 이유다.

이 공기청정기는 중국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의 작품이다. 탑 주변 바닥은 축구장의 절반만 한 크기의 온실로 구성돼 있다. 이곳으로 유입된 바깥의 공기는 태양열에 의해 덥혀진다. 데워진 공기는 탑 상층부의 필터를 거쳐 다시 외부로 방출된다. 전기세 걱정은 필요 없는 셈이다.

연구 책임자 차오 쥔지 교수는 지난 몇 달 동안 10㎢의 지역에서 대기 질 개선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차오 교수는 대기 오염이 심한 날에는 이 공기청정기가 스모그를 적당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차오 교수의 연구팀의 모니터링 결과 초미세먼지인 PM 2.5 평균 농도가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10㎢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1400배에 달하는 규모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공기청정기의 효과는 놀라울 정도다. 실제로 시안의 주민들은 공기청정기가 작동되기 시작한 이후 변화를 체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기청정기로부터 1㎞ 거리에 있는 한 식당 매니저는 "(가동 이후) 기분이 나아졌다"고 SCMP에 말했다. 산시성사범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 또한 공기청정기에 대해 "매우 조용하다"면서 "의심의 여지 없이 대기 질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16일 기준 중국의 대기질 지수. 검붉을수록 심각한 상태다. [사진=중국 전국성시공기품질실시간발표]



그러나 국지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한계 또한 명확하다. 중국의 전국성시공기품질실시간발표 플랫폼에 따르면 16일 기준 시안의 대기 질 수준은 '엄중오염' 단계다. 중국 당국은 대기 질 수준을 여섯 단계로 구분하는데 이 중 가장 나쁜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다.

초대형 공기청정기의 소식이 알려지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선견지명'이 재평가되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 후보 시절 미세먼지 6대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공약 중에 가장 눈에 띈 것은 '스모그 프리 타워'를 도입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스모그 프리 타워'.[사진=스튜디오 로세하르데]



안 대표는 지난해 4월 "마스크 없는 봄날을 위한 제안을 하겠다"면서 중국 베이징에 있는 스모그 타워를 도입해 미세먼지를 60% 수준으로 감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 대표의 발표 직후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 캠프는 "스모그 프리 타워는 네덜란드의 한 디자이너가 제작한 예술작품에 불과하다"며 "중국 언론은 이 조형물이 베이징의 미세먼지를 정화하려면 10만 개가 필요할 것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다"며 강공했다.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 또한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정책"이라고 논평했다. 시안에 세워진 공기청정기와 달리 안 대표가 언급한 스모그 프리 타워는 겨우 7m에 불과했다.

더욱 뼈 아픈 것은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해당 스모그 타워는 베이징이 아니라 톈진에 있었다. 스모그 타워는 직전 해 열린 국제디자인페스티벌에 출품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전시 기간이 끝난 뒤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이다. 결국 스모그 프리 타워 도입은 공약에서 슬그머니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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