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한·중정상 회담과 한·중 미래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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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아세아연구소장·단국대교수
입력 2017-12-2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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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아세아연구소장·단국대 교수

대한민국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민족의 저력으로 역경을 이기며 발전해 오늘날 전 세계에 자랑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동아시아 국제질서에서 우리 선조들의 노력이 그러했고, 독립운동과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겪고 재건하는 과정에서도 그러했다. 우리 5000년 역사는 바로 민족 자긍심의 결실이자, 나라 같은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역사적 사명의식의 결과다. 현재 우리가 혼연일체의 힘으로 경제·정치·문화적으로 성숙된 민주국가 대한민국을 만드는 과정도 이와 같을 것이다. 한강의 기적,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 그리고 바로 앞으로 다가온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그 힘이 표현된 부분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역사적으로 우리 한반도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도 문화·경제력으로 세계를 주름잡던 시절을 마감하며 인고(忍苦)의 근대화 혼란과 항일전쟁 시기를 겪었다. 인민들은 애국심으로 뭉쳐 화하민족(華夏民族)의 위대한 건국을 이뤘고, 오늘날 개혁·개방의 기적을 통해 세계에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의 ‘3·1 독립운동’과 같은 시기 일어난 중국의 ‘5·4’운동은 중국인의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켰고,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이란 국내 정치의 수난도 중국 인민들에게 통합과 통일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환난은 현재 부강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을 자극해 더 강한 국가를 만들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1978년 관철된 개혁·개방정책, 1997년 홍콩반환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22년에 있을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근대화 시기 제국주의자들의 피해자였던 한국인과 중국인은 오늘날 국제 무대에서 모두 승리한 세계 시민으로 변해가고 있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 승리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은 더 더욱 중요한 것이다.

세계 정치사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이 내부적 타락과 대외적 위협 및 국력의 나약함으로 나타나는 경우 그 국가는 생명을 다한다는 게 역사적 판단이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은 국력의 강대함이란, 한 국가와 이웃국가가 운명공동체라는 세계 정치적 가치관과 그 행위 결과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가가 더욱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적 자부심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는 자제력과 외부와 공유하며 존경받을 수 있는 인류보편의 가치관을 실천하며 국제사회와 공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최근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그 정상회담의 형식과 내용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국 정상회담의 목표가 양국 관계에서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며 개별적 단점을 보완하는 평화적 교류와 협력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는 크고, 한국과 중국 모두 '통 큰' 정치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를 둘러싼 일부 엇갈린 평가는 이제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면 된다. 즉, 양국이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원대한 양국 관계를 내다보며 회담을 한 것이 첫 관문이었다면, 국내적 정서를 조절하고 교류와 협력을 중시해야 하는 문제란 양국 정상이 만나 회담한 이후의 실행의 문제인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내용은 한반도 위기상황 극복과 양국 간 협력을 통해 서로에 도움이 되는 국가 간 협력의 길을 연 회담이라는 평가가 맞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만나 회담하며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양국 국민의 감정을 충분히 감동시키지 못한 면은 엄동설한 언 강물이 바로 녹아내리지 못하는 것 같이, 실천이란 봄기운이 필요하리라 믿는다.

중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방중 시간 문 대통령의 친서민적 행보와 역사를 존중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모습은 좋은 인상을 주었고 양국관계의 긍정적 신호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그렇게 인식하기 어려운 것은 보도되는 내용의 시각적 문제도 있지만, 방문을 한 우리가 우리 국민의 정서보다 방문지역 중국 인민의 정서를 많이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는 바로 현실로 나타날 것이기에 그에 대한 평가는 후에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제는 양국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와 국민이 신뢰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다. 고비를 넘기며 더 강해지는 대나무처럼, 물속의 혼탁함을 물위의 꽃으로 드러내는 연꽃처럼, 한·중관계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중국 국가 지도자의 한국 방문도 있을 것이다. 이 때 우리는 한국 국민의 정서와 세계 시민의 정서를 융합해 상승시키는 인류 공동의 가치관 표현을 통해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강한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평창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세계로 연결되는 평화와 발전의 창에 빚이 들어오고 있고 우리를 드러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의 아름답고 강한 빛으로 세계에 평화의 빛을 공유하자! 우리의 강함으로 어렵고 가난한자들을 포용하자!

한·중 관계란 역사적 사실과 같이 앞으로도 서로 노력하며 극복할 문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사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좋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표현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한국의 국가 안보와 국민의 경제·문화·생활에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말하지 않나 생각한다.

아래는 미래지향적 한·중 관계를 위해 한국과 중국이 서로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역지사지하며 배려하는 국제관계가 이웃의 건전한 국제관계가 아닌가!

첫째,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 관계와 근대 애국운동(중국은 항일전쟁, 한국은 독립운동)의 동질성과 협력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는 서로 다른 국가체제를 갖고 있지만 이것을 서로 인정해야 과거의 협력관계를 더 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와 우리의 ‘세계화’가 서로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은 중국 정부와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중국은 현실적 한국을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서로 가까이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며, 다른 것에 대한 존중은 타인을 존중하는 시작이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시작이라 말할 수 있다.

둘째, 양국 국민은 이데올로기적 가치관보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발전에 목적을 두고 동북아 국제질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즉, 동북아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힘과 그 역할에 대한 인식과 공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제 정치가 국내 정치의 연장선일 뿐만 아니라 서로 공존하는 공간에서의 협력이라는 인식의 공유도 중요하다. 한국과 중국은 동북아의 안정과 발전을 목표로 한반도 위기 문제를 보아야 하며, 가능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동북아지역의 전쟁위협을 사전에 제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셋째, 서로에 대한 배려는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민 정서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부분도 많다는 것을 양국 정부가 인식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즉 한·중 양국은 동북아에 법과 질서, 그리고 가치가 서로 공유될 수 있도록 이해를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인식으로 서로를 배우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은 경제와 환경적 공생관계란 인식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서로에 대한 배려로 역지사지하며, 잘못된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넷째, 중국은 한국의 한반도 평화와 안전 및 경제 발전에 대한 한국의 정책을 존중하고, 한국도 중국의 ‘중국의 꿈’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같은 관련 정책 외에 중국 정부의 대외정책도 중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서로에게 도움에 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꾸준한 만남이 필요하다. 이리하여 한국인은 중국인의 평화와 발전을 기원하고, 중국인은 한국인의 안보와 발전을 고민해야 서로 진정한 이웃사촌의 양국관계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앞으로 중국의 경제적 발전과 안전, 그리고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발전은 서로 아주 중요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서로 인식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중국의 주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려는 한국의 깊이 있는 이해심도 필요하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을 바라볼 때 새 시대 정치에 맞는 국제관계적 사고로 한국을 보면서, 동시에 한국과 한국인을 존중하는 중용의 덕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적 신뢰가 있어야 황해가 서로 협력하는 '평화의 바다'가 되고, 한반도가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평화와 번영의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섯째, 한국과 중국이 함께 잘 나가기 위해선 중국이 주장하는 ‘운명공동체’와 같이 중국의 경제정책이 한국의 경제정책과 연결되어 서로 상승효과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문화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과거의 역사적 유대를 서로 연구하며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를 위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북아, 특히 한반도의 자주·평화·발전에 대한 ‘대한민국의 꿈’이 ‘중국의 꿈’과 공정·공평하게 연결되도록 하는 노력이 양국 정부와 민간에 의해 실천돼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가장 가까운 인접인 한국과 중국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양국에서 노력한 분들이 많을 것으로 안다. 그리고 양국 모두 어려운 취재를 위해 고생하신 분들도 많고, 또한 한·중 관계가 가서는 안 될 어려운 시기에 있는 동안 어렵게 지내며 이번 한·중 관계를 고대하셨던 한국인과 중국인도 많을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바람 부는 초겨울에 어렵게 봄을 맞을 준비를 한 이 중요한 만남이 매화가 한파를 이기고 꽃을 피듯이 한중관계도 한고(寒苦)를 이겨 봄날의 두견화로 만발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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