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사회·정치적 맥락을 탐구하다…英아티스트 그룹 '블라스트 씨어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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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7-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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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3월초까지 백남준아트센터서 '당신이 시작하라 You Start It' 개최

  • 2017년 신작 '앞을 향한 나의 관점' 등 총 7점 선보여

영국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블라스트 씨어리' ⓒAndrew Testa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2016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작가인 '블라스트 씨어리'의 국내 첫 개인전이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블라스트 씨어리는 매트 아담스, 주 로우 파, 닉 탄다바니치가 1991년 런던에서 결성한 예술가 그룹으로, 주로 미디어의 사회·정치적 맥락을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초기의 작품들이 클럽 문화를 중심으로 한 급진적이고 강렬한 방식의 퍼포먼스였다면, 90년대 후반부터의 작품은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기술 관련 연구소들과의 다양한 협업 방식을 선보였다. 인터렉티브 매체 사용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블라스트 씨어리는 인터넷, 디지털 방송, 실시간 퍼포먼스 등과 관객들을 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렉티브 아트를 실험하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 관장은 "블라스트 씨어리는 연극에서부터 인터넷, 필름, 온·오프라인 게임 그리고 최근에는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 대한 관심과 사용이 돋보인다"며 "미디어 자체의 속성을 파고들기 보다는 네러티브에 더 비중을이 두는 이 시대의 가장 컨템퍼러리한 미디어 시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앞을 향한 나의 관점'(2017), 미디어 설치. ⓒBlast Theory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이들의 전시는 내년 3월 4일까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에서 펼쳐진다. '당신이 시작하라'(You Start It)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관객과 참여'라는 주제를 놓고 다양한 미디어의 양식들을 실험해 온 블라스트 씨어리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당신이 시작하라'라는 전시 제목은 관객에 의해서 작품이 시작된다는 하나의 정언(定言)적 명제로, 관객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작품에 개입하고 작품을 유지시키는 행위자가 된다. 마치 대등한 위치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참여해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게임처럼, 블라스트 씨어리는 관객을 수동적인 태도에서 끌어내 작품과 동등한 참여자로 변화시킨다. 백남준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러한 구도는 관객과 작품의 상호적인 관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블라스트 씨어리는 공(公)적이며 무겁게 여겨졌던 장소를 움직이고 낯선 사람과의 대화·놀이가 살아 움직이는 장으로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선 2017년 런던 박물관 커미션으로 제작된 '앞을 향한 나의 관점' 등 총 7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앞을 향한 나의 관점'은 한국에서 촬영한 풍경을 담은 영상을 추가해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인데, 관객에게 자신의 삶을 천천히 관찰하며 미래를 성찰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소리 내게 하는 기회를 준다.

미래에 대한 상상은 2097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 '2097: 우리는 스스로를 끝냈다'를 통해 더 구체화되고 확장된다. 5개의 단편 영화로 구성돼 있는 이 작품에서 일상의 풍경은 미래의 어느 날 공상과학 소설의 일부가 된 듯한 모습으로 다가오며 '막연히 상상하는 미래에 우리가 기술적 결정력과 회복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내가 평생 동안 할 일'(2013), 싱글 채널 비디오. ⓒYAMAGUCHI Takayuki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이 밖에 되돌릴 수 없는 지구적 재앙에 맞서는 불특정 다수의 참여와 연대의 의지를 담은 '내가 평생 동안 할 일'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2011년 일본에서 있었던 쓰나미로 공동체가 망가지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회복시키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담아낸 은유적인 작품이다. 

블라스트 씨어리는 "지난 25년간 제작한 수많은 작업들로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을 수상했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기쁘다"며 "오늘날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작업들이 존재할 수 있게끔 기반을 마련한 선구자 백남준과 연계해 우리 작업이 주목 받았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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