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중국기업의 포천 ‘글로벌 500대기업’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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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입력 2017-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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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칼럼]

 

[ 사진=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


중국기업의 포천 ‘글로벌 500대기업’ 약진

중국경제의 급부상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포천 글로벌 500’을 꼽는다. 미국 포천(Fortune)지가 매년 세계 톱 500대 기업을 발표하는데, 갈수록 이에 랭크되는 중국기업의 숫자가 늘고 있다. ‘포천 글로벌 500’이 처음 발표된 1995년엔 중국기업이 3개, 일본은 149개, 미국은 151개였다. 그러나 그 후론 상황이 일변해서 일본기업의 수는 계속 감소하고, 미국기업 수도 2002년의 198개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중국은 반대로 그 수가 계속 늘어나 2012년엔 일본을 제치고 2위, 금년에는 작년보다 7개나 늘어난 105개로 무려 일본(51개)의 두 배로 급증했다. 132개사인 미국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긴 지난 20여년간 저성장을 면치 못했던 미·일과 달리 중국은 8~10%의 고성장을 지속해왔으니 경제성장의 주역인 기업들이 약진하는 게 이상할 건 없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건 오히려 500대 기업에 랭크된 기업들의 구성이다. 올해 105개사 중 국유기업이 81개사로 압도적이긴 하다. 하지만 2008년 레노버 사례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1개사도 없었던 민영기업이 계속 늘어서 올해는 24개사로 불어났다. 민영기업은 크게 두 종류. 당초부터 민간자본에 의해 설립된 민영기업과 국유기업이 민영화된 케이스가 있다. 그러나 중국에선 민영화 대상을 중소 국유기업에 한정하기 때문에 민영화된 국유기업이 ‘포천 글로벌 500’에 들어가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따라서 자수성가한 중국 토박이 민영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럼 지역적으론 어떨까. 본사 소재지 지역분포로 보면 베이징 56개, 상하이 8개, 선전이 6개로 각각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징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국유기업 본사가 많기 때문이다. 500대 기업에 들어간 국유기업 81개 중 무려 52개가 본사를 베이징에 두고 있다. 그러나 민영기업에 한해 보면 선전이 톱이다. 총 24개 민영기업 중 선전 5개, 베이징 4개, 항저우·난징·후산이 각각 2개씩으로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순위에 랭크된 국유기업의 93%는 베이징에, 순위에 든 민영기업의 83%는 선전에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민영기업을 배출하고 있는 선전도 1970년대 말 개혁·개방으로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되기 전까진 아주 조그만 어촌에 불과했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계기로 대외개방의 창구와 개혁의 실험지구가 돼서 30년 이상 초고속성장을 구가하기 전까진 말이다. 1980년대엔 경제특구에 부여된 혜택 때문에 수많은 홍콩기업들이 공장을 홍콩에서 선전으로 옮겼다. 토지 값이 오르고 임금이 뛰어올라 이전의 공장들은 주변지역으로 밀려나고 대신 금융과 물류서비스, 하이테크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산업의 고도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선전은 젊은 층과 외국인이 많은데, 이것이 이노베이션을 촉진하는 핵심요인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선전은 이제 과거의 모방·짝퉁의 도시가 아니라 세계적인 이노베이션센터이고, 선전에 소재하는 주장델타는 세계 톱 수준의 산업집적지이기도 하다. 여기엔 전자·자동차 등 거의 모든 하드웨어산업의 제품 연구·개발부터 부품의 생산·조립공장에 이르기까지 공급체인의 모든 공정을 망라하고 있는 인프라의 메카인 셈이다. 모든 공정이 집적돼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성, 범위의 경제성은 물론 단기간에 제품화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한 강점이다. 이제 굳이 선전하지 않아도 선전은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란 명칭에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정도다.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선전이 자랑하는 포천 500대 기업으론 ‘중국의 삼성전자’라고 하는 화웨이(통신설비), 회원수 10억명의 전 세계 최대 인터넷포털인 텐센트, 신산업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ZTE(통신설비), BYD(신에너지차), BGI(바이오제약), DGI(드론) 등 하이테크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다.
또 국유기업·민영기업을 산업체인 관점에서 보면, 국유기업은 산업체인의 앞단이라 할 수 있는 원재료와 중간재 그리고 자본재에 집중돼 있다. 반면, 민영기업들은 뒷단, 즉 소비재와 서비스에 주로 몰려 있다. 앞단·뒷단을 기업의 진입장벽으로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뒷단의 최종소비재는 B2C 모델인 만큼 경쟁도 치열한 반면, 뒷단과 중간의 원자재·중간재 등은 주로 B2B 모델인 데다 공급규제로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은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이 같은 분야에서 경쟁하는 게 아니고 산업체인이 다른 분야라는 점에서, 기업들이 수직구조로 돼 있는 게 중국산업구조의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금년 ‘포천 글로벌 500’에서 중국의 국유기업은 자본재·생산자를 위한 서비스와 에너지·금융·소재산업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민영기업은 소비재·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와 부동산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재·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분야에선 7개의 중국 민영기업이 500대 기업에 랭크돼 있을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포천 글로벌 500’에 들어간 인터넷 서비스기업 6개 중 절반은 미국의 아마존·구글·페이스북, 나머지 절반은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징동 3사로 양분하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특히 부동산으로 가면 중국의 독무대다. 500대 기업에 6개의 부동산기업이 랭크됐는데, 모두 중국기업들이라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지곤 있지만 미·일·유럽 등 주요국보다는 여전히 높기 때문에 향후에도 중국의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수는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늘어날 것임에 틀림없다. 향후 미·중의 경제 역전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수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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