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금감원 인사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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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영 증권부 부장
입력 2017-11-1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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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금융감독원, 이런 지적이 안 멈추고 나온다. 금감원이 물갈이한다던 집행임원 인사를 안 해서 그렇다. 인사가 여러 차례 미뤄진 끝에 이달 초까지는 매듭짓는 걸로 알려지기도 했다. 물론 이제는 중순이다. 그러는 바람에 서두르라는 요구가 훨씬 많아졌다. 조직이 인사로 어수선하면 금융시장을 못 챙길까봐 걱정스럽다는 거다. 취임한 지 겨우 두 달째인 최흥식 금감원장에게 첫 시험일지 모른다.

꽤나 건너뛴 생각은 이렇다. 금감원을 멈추기가 더 어렵다. 들여다보면 금감원에는 사람이 제법 많다. 1900명이 넘는 직원이 실·국장 60여명 아래에서 일한다. 다시 집행임원 13명이 원장을 돕고 담당 실·국을 챙긴다. 집행임원에는 수석부원장 1명과 부원장 3명, 부원장보 9명이 있다. 여기서 출근하지 않는 사람은 지금 3명뿐이다. 빈자리 수가 일상적인 수준을 넘지 않았다.

출근만 하지 일을 안 한다고도 지적한다. 집행임원 전원이 일괄사표를 내서 그렇다. 하지만 최흥식 원장은 3명만 사표를 수리했다. 서태종 전 수석부원장과 김수일 전 부원장, 이병삼 전 부원장보만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돼 떠났다. 그래도 임원이 아예 없는 실·국은 없다. 물론 사표를 낸 임원이 일에 애정을 가지기는 어렵다. 실제로 결재서류가 올라오면 피하는 임원도 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쫓기듯이 인사할 이유는 아니다. 금감원에 채용비리 의혹만 있는 게 아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곳곳이 만신창이가 됐다. 주가 조작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돈을 챙겼다는 직원이 있다. 차명계좌를 잡아야 할 직원이 주식을 사면서 다른 이름을 썼다. 열심히 일만 한 대다수 직원은 억울하다는, 으레 나오는 이런 말이 금감원에 어울리지 않는 이유다. 아직 최흥식 원장은 바깥에서 더 많은 고언을 들어야 한다.

금감원이 해내야 할 가장 큰일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 정책과 감독, 금융소비자보호를 분리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선에서 경쟁한 다른 후보도 마찬가지다. 최흥식 원장은 과거 논문에서 뜻을 같이했다. 그런데 새 정부는 6월 정부 개편안에 금융을 안 넣었다. 내년 6월인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2단계 정부 개편안은 그 후에나 나올 공산이 크다. 결국 이번 금감원 인사에서 적임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같이 밀고 나갈 인물이다. 아직 사람을 찾느라 숙고할 시간이 있다.

채용비리 중심에 관피아(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말)가 있다, 금감원 노조는 이렇게 얘기한다. 한국거래소 이해선 시장감시위원장은 관료 출신이다. 노조는 그를 수석부원장으로 못 받겠다면서 이런 말을 꺼냈다. 금피아(금감원과 마피아 합성어)는 안 돼, 노조는 이런 말을 싫어할 거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아직 첫걸음을 못 뗐다. 금융위원회와 머리를 계속 맞대야 풀 수 있다. 과도기인 점을 생각하면, 금융위에서 주로 일한 이해선 위원장은 적임자다. 그는 자본시장 건전성을 책임지는 시감위에서도 2년 넘게 일했다.

마피아처럼 구는 세력은 많다. 이런저런 출신을 모두 빼고도 뽑을 사람이 차고 넘치는지 의문이다. 금감원 출신조차 금피아로 불린다. 관피아가 채용비리에서 중심일 수 없다. 새 정부가 바로잡으려는 금융감독체계 자체에 답이 있다. 관피아에만 책임을 떠넘긴 채 덮어 버리면 사고는 또 일어나게 마련이다. 금감원 인사는 늦지 않았다. 청와대 안에서 다투느라 인사가 미뤄진다고도 말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다툼은 생길 수밖에 없다. 과거 어느 정부처럼 민간인 한 명에게만 인사를 맡기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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