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넘어 관리로"…건설업계, 리츠로 체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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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7-10-1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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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DM, SK D&D, 신영 등 관리 사업 확대 통한 경쟁력 강화 도모

  •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 임대시장 활성화에 따른 선제적 대비

최근 10년간 국내 리츠 시장 자산규모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최근 건설업계의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시장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 분양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부동산 시장 다변화가 이뤄지면서, 신사업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업체들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2일 부동산 금융업계에 따르면 디벨로퍼인 MDM(엠디엠)은 지난달 말 리츠 AMC(자산관리회사) 설립인가를 국토교통부에 신청했다.

MDM은 이미 계열사인 한국자산신탁을 통해 리츠 AMC를 운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MDM 측은 종합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위해 별도의 AMC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DM 관계자는 "기존에는 프로젝트 진행 시 디벨로퍼의 역할이 분양 및 개발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별도의 리츠 AMC를 활용할 경우 부동산 자산 루트를 다양하게 확보하게 되며, 개발 이후에도 종합적인 운영 및 관리 체계를 갖추게 된다. 종합 부동산 회사로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한 아파트, 상업시설, 레지던스 등의 복합 프로젝트가 추진될 경우 단번에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매니지먼트를 가미하고 일정 부분 보유·운용을 통해 적정한 시점에 매각하면 사업장의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다"며 "특히 리츠 AMC를 활용한다면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자산을 확보할 수 있어 사업의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SK그룹 계열의 디벨로퍼 SK D&D(디앤디)는 MDM에 앞서 먼저 리츠 AMC 설립인가를 신청했다. SK D&D도 리츠를 통해 부동산 임대 영역까지 사업을 넓힌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밖에 국내 1세대 디벨로퍼로 꼽히는 신영 역시 AMC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SK D&D 관계자는 "리츠 AMC 설립과 관련해 아직 예비인가신청 단계인 만큼 임대업 추진 계획, 관리 사업 등 디벨로퍼 역할 확대에 대한 큰 밑그림만 구상하고 있는 상태"라며 "허가가 난다면 기존 사업과 AMC 업무 간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이렇게 최근 디벨로퍼들의 리츠 AMC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작년 12월 리츠와 부동산펀드 사이의 업역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동산펀드 자산운용사는 AMC 인가를 받아 리츠 투자의 부동산을 위탁운용할 수 있다. 역으로 AMC가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같은 시행령 개정은 정부가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해 리츠를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리츠 AMC가 부동산 임대관리업무를 함께 수행할 수 있는 활로가 뚫린 것도 업계의 진출에 한몫했다. 과거 리츠 AMC의 경우 운용 임대관리업을 외부에 맡겨야 했으나, 개정안을 통해 직접적으로 임대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리츠 자산규모도 매년 증가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리츠 운용 자산규모는 작년 말 기준 25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조1000억원 급증했고, 사업장 수도 169곳으로 전년 대비 36곳 늘었다.

건설사들은 뉴스테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미 AMC 설립에 속속 나선 바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8월 아예 뉴스테이를 전담하는 리츠 AMC를 설립하는데 성공했고, 이어 현대산업개발도 리츠와 부동산 펀드를 모두 다루는 'HDC 투자운용'을 만들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앞으로 임대주택의 비중이 높아져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AMC를 설립했다. 무엇보다 그간 임대시장에서 시공만 담당해 왔지만, 관리에 나서지 않아 이를 전문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리츠가 필요하다는 내부적 요구가 많았다"며 "단기간 내 수익을 기대하고 구상한 사업은 아니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계속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건설업계의 움직임을 부동산 불황 속에 비교적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했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 위축이 불가피한 만큼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 수익이 예상되는 리츠 시장에 건설업계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무엇보다 AMC 신청의 경우 국토부의 허가가 떨어져야 설립이 가능하다. 업체 간 과당경쟁의 우려도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 전체 패러다임이 개발이 아닌 임대 위주로 바뀌다 보니, 건설사들 역시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리츠 시장에 진출하는 것 같다. 사업구조 다각화 측면에서도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특히 개발 사업은 리스크가 매우 큰 반면, 리츠는 자금 조달에 대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건설업계의 리츠 AMC 설립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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