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어설픈 新북방정책은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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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7-09-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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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문재인 정부가 러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중앙아시아) 공략이 한창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로 냉각기에 접어든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친(親)중국 정책을 환기시킬 만한 대외 정책이 필요한 시기에 러시아를 선택한 것이다.

러시아 시장은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꾸준하게 노리던 시장이다. 호시탐탐 유라시아 진출을 노렸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다. 그만큼 유라시아는 생각처럼 공략이 되지 않는 지역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중앙아시아를 겨냥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나진·하산 항구를 비롯해 출범 초기에 활발한 교류로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구상했던 전략은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았다.

문 정부가 내놓은 ‘신(新)북방정책’ 역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목적은 비슷하다. 용어만 달라졌을 뿐 중앙아시아 진출 전략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최근 정부의 유라시아 행보는 공격적이다. 각종 경제협력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애착을 갖는 이유를 우리 정부가 간파하고 착실하게 공동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미 해양수산 분야는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도 도출되고 있다.

수산물 저장창고 개설이나 어종 공동연구와 같은 부문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정부의 노력과 달리 기업이나 시장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러시아 시장 개척을 천명했는데 도통 움직일 생각이 없다.

시장이 이렇게 미온적인 것은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북방정책도 정권 초기에 분위기를 살려 놓고 레임덕이 오는 후반에 흐지부지됐다는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중국 내수시장 진출 전략을 세웠다. 이로 인해 화장품, 의료, 헬스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 진출이 봇물처럼 이뤄졌다. 잘나갈 것 같았던 중국 성공기는 사드 벽에 부딪혀 붕괴되기 일보 직전이다.

정부는 아예 중국 진출 전략에 손을 놓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과 숙박, 음식업은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사례만 보더라도 기업이 순순히 정부 정책을 신뢰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더구나 러시아 시장은 중국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중국은 한국 기업들이 이미 현지화된 시장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한국 기업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국내 10대 기업 가운데 러시아에서 재미를 본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다. 점유율 자체도 월등히 밀린다. 기회보다 위기가 많은 지역인 셈이다.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신중해야 한다. 한국과 러시아는 FTA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 중국이나 미국과 달리 러시아는 상호 교류할 만한 항목이 적다는 점도 정부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북극항로 개발, 철도, 항만, 조선, 도로와 같은 인프라 개발과 농·수산, 물류,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사업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러시아 시장에서는 중국이 수출국가 2위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강세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블라디보스토크 하나를 보고 신북방정책을 수립한 것이라면 분명한 오류다.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수도를 공략해야 한다.

이런 확실한 신북방정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기대치를 끌어올리기 어렵다. 높은 관세 장벽과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이들의 문화와 경제적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어설프게 내놓은 북방정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중장기 전략으로 공략해야 하는 지역이다. 중국보다 북한에 더 친밀한 국가다. 북핵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시점에서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시장 기대치만 올려놓고 또다시 나 몰라라 뒷짐 지는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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