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죽어야 사는 남자' 신성록, 흐르는 대로 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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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09-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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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강후림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배우 신성록[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흐르는 대로 사는 남자. 배우 신성록(35)은 삶 또는 작품에 있어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한다. 어떤 상황이나 작품을 만나더라도 그의 태도는 변함없다. 철저한 계산 대신 본능 혹은 체화(體化)를 통해 그다운 필모그래피를 완성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MBC ‘죽어야 사는 남자’(극본 김선희·연출 고동선 최정규)도 그렇다. 초호화 삶을 누리던 백작(최민수 분)이 자신의 딸(강예원 분)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내용의 드라마에서 신성록은 백작의 사위 강호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신성록 화(化)된 강호림은 철딱서니 없고 끝도 없이 망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 자신만의 이유를 가진 인물로 남게 됐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신성록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강후림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배우 신성록[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드라마가 끝났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 잘 끝나서 너무 좋고, 행복하다.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저희 역시 이 작품을 열과 성을 다해 만들었다. 그만큼 좋아해 주셔서 성취감도 있다. 후련하다.

시청률에 대한 기대도 있었을 텐데, 만족스러운 결과인가?
- 예상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기대는 있었다. (최)민수 선배님은 말할 것도 없고 다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배우들이니까. 연기나 호흡에서는 전혀 걱정이 없었다. (배우들이) 잘할 거로 생각해서 시청률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생소한 배우 조합이었지만 결과가 좋았다
- 너무 재밌었다. 웃느라 촬영을 못 할 정도였다. 민수 선배님의 연기 톤이 늘 놀라웠다. 단 한 번도 예측 가능하지 않았다. 같이 호흡하는 배우 역시 그 연기톤에 따라가기 때문에 매일 배우는 느낌이었고 맞추는 것이 즐거웠다.

강후림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신성록과 다른 인물이었다. 시작 전 이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 대중들에게 각인된 캐릭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저는 밝은 캐릭터도 많이 해왔고 지금 공연 중인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도 로맨틱코미디 같은 무드를 가지고 있다. 제게 (코미디는) 생소한 장르가 아니라서 우려 같은 건 없었던 것 같다. 참신한 소재와 가족의 이야기가 단짠단짠(달고 짜다는 뜻)으로 잘 이어질 거로 생각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한 선택이나 주저는 없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강후림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배우 신성록[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드라마의 결말이 화제가 됐다. 어느 정도 예상하였나?
- 미리 언질 받은 건 아니었다. 다만 우리 드라마가 밟아온 행보를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결말이다. 우리 드라마는 진지하게 가다가도 예상치 못한 데서 웃음을 유발하고 또 예상치 못한 데서 짠함을 불러일으키지 않나. 드라마의 색깔이라고 본다. 이미 결말이 나왔기 때문에 대본을 보면서 수정하자고 할 수도 없고. 아예 생각지 못한 다른 결말이 나왔기 때문에 믿고 따라가 볼 수밖에 없었다. 이걸 선택하는 건 우리 일이 아니다.

결말에 대한 배우들의 반응은 어땠나?
- (강)예원 누나가 농담으로 그랬다. ‘늘 그렇듯,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시청자들의)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이렇게 이슈되는 게 낫지 않아?’하고.

시즌2를 바라는 시청자들도 있던데?
- 캐릭터가 워낙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 이야기 역시 중요할 것 같다. 전편보다 좋지 않다면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 뭐 제 생각일 뿐이고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건 없다.

배우들 연기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애드리브도 꽤 많은 것 같던데
- 민수 선배님이 애드리브가 많았다. 캐릭터를 철저히 분석하고 유니크한 시선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가능한 애드리브였다. 선배님 덕을 많이 봤다. 저는 귀신같이 (배울 점을) 뽑아먹는 타입이라서. 흡수를 하고 그 안에서 캐내려 했다. 그 과정이 너무 즐겁고 재밌었다.

강후림은 연기적 변화 혹은 목소리 톤의 변화도 있었던 것 같은데
- 전작은 상황에 맞게 천천히 쉬고 조곤조곤 말하는 캐릭터였다면 이번 캐릭터는 조금 더 과장되거나 긴장된 투였다. 민수 선배님이 워낙 캐릭터가 세고 연기도 세다 보니까 제 식대로 연기하면 톤이 맞지 않았다. 정서에 맞게 연기하고자 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강후림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배우 신성록[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강예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 정말 좋았다. 예원 누나는 백지 같은 배우라서 정형화된 연기를 하지 않는다. 배우의 호흡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더라. 연기하기 편했고 자연스럽게 잘 나온 것 같다.

호흡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던 신은?
- 바람피우다 걸려서 매 맞는 장면. 실감 나고 또 재밌게 맞아야 하는데 예원 누나가 참 잘해줬다. 누나가 어떻게 때려야 할지 망설이기에 나중에는 매니저를 불러다 시범도 보여줬다. 진짜 그냥 때려달라고 했다. 나중에는 연기에 너무 몰입해서 머리끄덩이도 잡더라. 때리고 맞는 호흡이 좋았다. 열 번을 봤는데 열 번 다 웃었다.

극 중 강후림은 철부지 남편이자 아버지인데. 실제로는 어떤가?
- 저희 딸은 너무 아가라서. 아직 어떤 아버지 혹은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없다. 그냥 잘 키워야지. 호림이 보다는 나은 아빠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드라마랑 현실을 비교하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 저는 두 가지를 연계하지 않는 편이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강후림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배우 신성록[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배우로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가?
- 독특한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작품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독특하고 특이하고 신선해서 재밌는 느낌. 모두가 궁금해하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인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 시행착오도 많았고 발전적이지도 않아서 저 스스로 화가 났던 적이 있다.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이거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늘 불안하고 초조했는데 ‘즐기며 살자’고 결론 내린 뒤부터 조금씩 극복이 됐다. 못했을 때 ‘난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몰아붙이지 말고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 생각이 도움을 많이 줬다.

그런 마음이 연기에도 도움을 줬나 보다. 연기를 발전적으로 이끌어줬던 작품이 있다면?
- 생각 안 해봤다. 악역을 처음 맡았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발단이었을까? 제가 안 해오던 느낌을 연기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깨달음을 얻은 거다. ‘별에서 온 그대’가 미진했고 뒤에 tvN ‘라이어 게임’, 영화 ‘프리즌’, ‘밀정’까지 이어지며 충분히 배워나간 것 같다.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 그것도 생각을 못 해봤다. 하하하. 굳이 말하자면 저는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흔한 알바 한 번 해본 적이 없으니까. 무명배우였지만 20대 초반에 데뷔해 극단에 가면서 일거리가 조금씩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됐다. 연기를 안 하면 할 게 없다. 어릴 땐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더 재밌게 연기를 하고 있다. 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고 보인다. 조금씩 발전하고 있고. 그런 게 나의 원동력이다. 참 재밌고, 스릴 있는 데다가 도전을 거듭하는 것. 매번 나 자신을 시험하지만 이게 고통스럽지는 않다.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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