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부터 총장까지…'갑질'에 멍든 '상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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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훈 기자
입력 2017-08-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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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교·군대문화, 논문 통과 독점 권한…'갑질' 유발해

  • 재판부, '갑질' 교수에 징역부터 파면 정당까지 '무관용 원칙'

기업과 군대에 이어 대학에서도 이른바 '갑질'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춘천지검 형사2부(박광섭 부장검사)는 지난 28일 5년간 대학원생 제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돈을 받아 챙긴 모 국립대 교수 A씨를 뇌물수수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동물 심장병 분야 권위자로 알려진 A교수는 2011년부터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들로부터 석‧박사 논문 심사비와 실습비 명목으로 5000만원 상당의 뇌물과 5000만원 상당의 인건비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교수는 또 5000여만원에 달하는 자신의 고급 외제차 리스비까지 학생들에게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건양대 김희수 총장의 경우는 최근 교직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실이 건양대 노조를 통해 밝혀졌다.

90세 고령에도 시험기간마다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줘 '빵 총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직원과 교수들에게는 수첩으로 때리고 귀를 꼬집는 등 폭언과 폭행을 이어온 것이다. 논란이 계속 되자 김 총장은 28일 17년 만에 총장직에서 사퇴할 뜻을 밝혔다.

대학 내의 '갑질' 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 1월에는 서울대 한 교수가 대학원생 4명에게 8만장에 달하는 논문과 책들을 스캔하도록 시킨 이른바 '팔만대장경 스캔 노예' 사건이 드러났다. 2년 전에는 제자에게 인분을 먹인 교수가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B씨는 대학에서 갑질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유교문화'와 '군대문화', 그리고 '연구쏠림 현상'을 꼽았다.

B씨는 "동양 유교권 특유의 스승에 대한 극단적 존경 때문에 의사소통이 부자유스러운 경우가 많다"며 "군대식의 수직적인 상하관계가 관습화돼 있는 점도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도 소위 돈 되는 연구에만 몰리다 보니, 논문 검사를 할 때도 새로운 아이디어나 탄탄한 전개보다는 교수의 주관적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인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C씨도 "일단 논문 통과를 하려면 지도교수의 승인이 절대적인데, 그것을 지도교수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고, 일부 비양심적인 교수들이 그 허점을 파고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C씨는 "일부 학과의 경우는 학생 수에 비해 교수가 부족하다 보니 학생들이 더욱 교수에게 매달리게 되고, 자연스레 갑을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전국 대학원생 23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한 연구환경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5.5%가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법원은 갑질을 행한 교수들에게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인분 교수'의 경우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의 중형 선고가 확정됐다. 2명의 공범에게도 각각 징역 2년과 4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강수정 판사는 대학원생 제자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 몸을 맞춘 모 사립대 교수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지난 6월 대구지법 형사5단독 이창열 판사는 제자의 인건비를 가로채 주식 투자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교수 2명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2015년 서울북부지법은 학생에게 '술집에 나가는 X' 등의 막말을 일삼은 교수에 대한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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