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범 기자의 부동산 따라잡기] '미친 전·월세시장'이라 해도 직접 규제는 더욱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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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7-08-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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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미친 전세 및 미친 월세'에서 서민들이 해방되기 위해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 화제가 됐죠.

이는 곧 문재인 정부의 다음 부동산 규제 타깃이 전·월세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새 정부 출범 이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지만 전·월세시장과 관련된 방안들이 빠진 점도 이를 뒷받침하죠. 무엇보다 공식 석상에서 '미쳤다'는 다소 강경한 어조의 표현이 쓰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업계 역시 문재인 정부가 정권 내내 강도 높은 규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며, 다음 규제 대상은 자연스레 전·월세시장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대책을 통해 매매 및 청약시장 과열이 어느 정도 진정됐기에 전·월세 규제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해석입니다.

아직까지 수도권 전세시장은 상승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우려할 만큼의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당분간 각종 규제책 및 대출 압박으로 실수요층은 매매보다는 임대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중에는 향후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판단하고 임대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분명 있을 겁니다.

더구나 임대시장에 있어 9월이 성수기로 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수도권 내 입지 및 학군이 우수한 지역은 더욱 수요층이 몰릴 가능성이 높지요. 충분히 전·월세금이 급등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 셈입니다. 정부의 한 박자 빠른 차단 발언도 이 같은 예상 흐름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죠.

이미 정부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소식도 여기저기서 흘러 나옵니다. 이 정도면 분명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도입이 되겠죠.

하지만 임대시장의 직접적 규제는 보다 신중히 다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전세난을 안정시키는 데는 효과를 발휘할지 몰라도, 공급을 감소시켜 장기적으로는 임차인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그다지 이로울 게 없는 임대인들은 공급량을 줄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전·월세 매물이 감소해 시장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거 먹이사슬의 하단에 있는 상당수 세입자들의 피해가 가중되는 것이죠.

때문에 임대시장이 아무리 미쳤다 한들 이를 통제하는 정책만큼은 다른 어떤 주거 방안보다도 정교하게 짜여야 합니다. 정부가 전·월세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세입자 보호 방안은 물론 임대인들에게 공급을 유도하는 보조 방안을 동시에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전·월세시장은 '수요와 공급' 법칙을 가장 충실히 따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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