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꾸준히 흥행하는 2인극 뮤지컬, 그 매력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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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자단 기자
입력 2017-08-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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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느새인가 극장가에 '2인극'으로 진행되는 뮤지컬이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추세이다. 작품이 수출된 나라 중 한국에서 가장 큰 흥행 성적을 거뒀다는 뮤지컬 '헤드윅' 역시 모노드라마 형식이긴 하나 2인극이라고 볼 수 있고, 엄청나게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매 시즌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쓰릴미 역시 2인극이다. 과연 2인극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뮤지컬 마니아층에서 유독 큰 인기를 얻는 것일까? 애석하게도 일반 관객들은 2인극이 가진 매력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그 매력을 파헤치기 위해 필자가 관람한 '쓰릴미'와 '키다리 아저씨'라는 두 작품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일단 두 작품의 특징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올해 10주년을 맞아 성황리에 공연되었던 뮤지컬 '쓰릴미'는 2007년 초연된 이후로 무려 9 시즌이나 공연을 올릴 정도로 꾸준한 흥행 성적을 거뒀던 작품이다. 동성애, 살인 등 국내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로 초연이 개막되기 전에는 흥행 성적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중소극장 뮤지컬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연계에 큰 변화를 이끈 작품임이 틀림없다. 많은 뮤지컬 마니아들의 의견에 따르면 한 공연을 몇 차례씩 관람하는 일명 '회전문 관객'이 본격적으로 급증하게 된 계기도 '쓰릴미'이고, 로맨틱 코미디가 주를 이루던 중소극장 뮤지컬계에 실험적인 작품이 많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쓰릴미'가 흥행하고 난 뒤부터라고 한다. 오케스트라 없이 피아노 한 대로 넘버 전 곡이 연주되고 단 두 명의 남자 배우가 팽팽하게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다.

마니아층이 쓰릴미에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배우들 간의 합을 보는 재미라고도 할 수 있다. 두 명만 출연하는 극이다 보니 캐스트 조합별로 이뤄진 '페어(일을 함께 하거나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쌍, 두 사람)'를 모두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작품을 관람하는 데 고려하는 요인 중 하나인 '배우'는 특히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는 더욱 그 비중이 크기 때문인지 이렇게 페어를 고려하여 재관람하는 경우가 유독 많은 것으로 보인다. '쓰릴미' 같은 경우 적은 회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회차가 다 고정 페어로 이뤄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를 들면 '최재웅-김무열', '정동화-정욱진' 이런 식으로 페어가 고정되어 있음) 페어별로 그 매력을 비교하면서 관람하는 재미는 아주 쏠쏠하다.

달 컴퍼니에서 2016년에 선보인 혼성 2인극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이 작품은 세계 뮤지컬 계에서 가장권위 있는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올리비에상과 미국의 토니상에서 각각 연출상을 받은 존 케어드, 그리고 그와 뮤지컬 '제인 에어'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작곡가 폴 고든이 합심하여 제작한 따뜻한 감성 뮤지컬이다. 미국 초연 당시 각종 호평을 얻은 뒤 공연의 성지인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도 전에 일본에서 러브콜을 받아 일본 뮤지컬계에 전례 없는 흥행 기록을 세운 저력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작품이 관객들과 잘 통했는지 작년 7월 19일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개막한 초연은 한국 뮤지컬계에서 보기 드문 혼성 2인극인 데다가 초연인데도 불구하고 판매점유율 12.6%로 인터파크 티켓 뮤지컬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은 초연 개막 전 '월요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들에게 작품을 먼저 선보였는데, 스타 캐스팅도 없고 작품 자체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작품이 기대된다는 호평이 자자했던 바 있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가장 큰 흥행 요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매력이 '담백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나오는 상업성을 띠는 뮤지컬, 그리고 겉으로는 화려하나 정작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는 흐지부지한 대극장 뮤지컬들이 잇따라 개막하면서 관객들에게 진정 어린 감동과 기쁨을 선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때때로 생기는데, 이에 따라 오히려 관객들은 이렇게 억지로 감정을 꾸미려 하지 않고 자연스레 감동을 전달하는 극을 더 많이 찾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제루샤가 제르비스에게 편지를 쓰면서 독백 연기를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루샤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제르비스를 향해 쓰는 편지를 대사로 표현하는데 제르비스가 공연 내내 한 무대 안에 있는데도 정작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선은 제르비스가 아닌 관객들을 향해 있다.

이 작품은 극에 등장하는 두 사람이 편지를 통해 서로 교감하면서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이야기로 전달받는 식이라 그런지 원작 소설을 그대로 구연동화 듣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러한 진행 방식은 편지를 받아 읽는 제르비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보고, 제루샤의 감정과 생각을 직접적으로 알게 되기 때문에 관객과 호흡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쓰릴미'와는 다른 방향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하다.

필자가 재밌게 관람한 2인극 뮤지컬의 두 편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확실히 알게 된 매력을 크게 네 가지로 정의해보자면 이러하다. '극 전체를 이끄는 단 두 명의 배우에게만 집중함으로써 부각되는 흡입력', '각각의 페어가 지닌 다양한 매력을 보는 재미(feat. 회전문)' , '배우마다 다른 작품 해석을 통해 같은 공연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재미'  그리고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직접적으로 호흡하는 듯한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국내에 개막 예정인 2인극 뮤지컬은 스테디셀러 락 뮤지컬 '헤드윅'뿐이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2인극 뮤지컬이 국내에 소개되길 바라며, 또한 중소극장 뮤지컬도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

글=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오희연 기자(아주경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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