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에 빚내 주식 사라는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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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입력 2017-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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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빚내서라도 주식을 사게 만드는 증권사 마케팅이 강세장을 틈타 판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시장 신용거래 잔액은 17일 기준 8조4819억원으로 3개월 만에 17% 넘게 늘었다.

4월 말만 해도 잔액은 7조2000억원대에 머물렀다. 코스피가 2300선을 넘어선 5월 말 잔액은 7조8000억원까지 증가했다. 6월에는 8조5000억원을 넘나들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하자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선 투자자가 불어난 거다. 일반적으로 증시가 호황에 접어들면 신용거래도 따라서 증가해왔다.

여기에 증권사까지 나서 외상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선물 공세는 기본이고 비우량종목마저 신용거래 대상에 포함시키는 추세다.

예를 들어 하나금융투자는 '올커버론'을 내놓고 신용거래·대출 범위를 E등급 종목까지 확대했다. 비대면 또는 제휴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면 신용거래·대출 이자도 연 2.0%로 적용해준다.

예전에는 신용거래나 대출에서 E등급 종목을 제외했었다. 하나금융투자는 분기마다 상시평가를 진행해 종목별로 A~E까지 등급을 매긴다. 등급이 낮아질수록 투자위험이 높다. 현재 중국원양자원처럼 한국거래소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거래정지를 당한 종목도 E등급이다.

애초 이런 종목은 빚내서 살 수 없었지만 이제 최대 5000만원까지 가능해졌다. 6등급 이상 신용도에 연봉 3000만원만 넘으면 누구나 올커버론을 이용할 수 있다. 담보유지비율을 보면 A~B등급이 140%, C등급 150%, D~E등급은 170%다.

삼성증권은 최근 신용보증금률을 인하하기도 했다. 종목별로 45%와 50%로 적용하던 신용보증금률을 이달 10일부터 모두 45%로 조정해 문턱을 낮췄다. 과거에는 최대 50만원이 있어야 100만원어치 주식을 샀다면 이제 45만원이면 충분해진 거다.

새로 빚을 내도록 유도하는 이벤트도 다양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말까지 처음 신용약정을 맺은 고객에게 음료 쿠폰을 지급한다. 약정한 다음 처음 신용거래를 하면 백화점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유안타증권은 새로 신용대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선착순 200명)에게 3만원짜리 모바일 문화상품권을 준다.

긴 불황에 시달려 온 증권업계가 강세장을 이용해 실적 만회에 나선 거다. 하지만 이런 영업 행태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빚을 권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고리 이자로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별로 신용거래 이율이 다르지만 10%대를 받는 곳도 적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거래는 증권사에서 외면하기 어려운 쏠쏠한 수입원"이라며 "그러나 빚을 내면 장기투자가 어렵고 단타매매를 되풀이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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